올바른 미세먼지 대응 행동 요령을 알리기 위해 국무총리실에서 기획한 캠페인 영상이 일부 시민들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알리고자 하는 내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성 3명의 '춤'이 영상에 등장하면서다. 해당 영상에는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이른바 '집콕 댄스' 영상을 제작해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국무총리실 공식 유튜브 '총리실 TV'에는 '미세먼지 대응 행동 댄스! 다 같이 Let's go~'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45초 길이의 짧은 영상으로, 미세먼지 발생 시 행동 요령 문구가 적힌 자막이 나온다. 그리고 3명의 여성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 삽입된 자막은 '창문 밖이 뿌옇다면 앱을 켜서 확인해요', '보건용 마스크 착용 필수', '실외활동 자제해요', '자가용보다 대중교통', '잠깐씩은 환기하고 공기청정기 사용해요', '불법 소각 신고하고 폐기물은 수거해요', '미세먼지 대응 우리 모두 함께해요' 등이다.
영상의 조회수는 12월 24일 기준 조회수는 약 27만6000회다. 해당 유튜브 채널의 다른 영상 조회수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지만, 영상에 '좋아요' 버튼을 누른 이들은 30명에 불과하다. 영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의 '싫어요' 수는 확인할 수 없다.
댓글은 약 850개가 달렸는데,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댓글에는 영상을 제작한 의도를 알 수 없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네티즌들은 "세금 살살 녹는다", "대체 미세먼지와 춤이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건가", "이거 만드는 데 세금이 들어갔다는 건가", "어떻게든 젊어 보이고 싶어 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 "코로나로 어려워진 상황에 세금은 꼬박꼬박 냈건만 국민들 고혈 뽑아서 아주 좋은 데 쓰고 있다", "누구 발상인지 대단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런 영상을 기획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총리실 측은 한경닷컴에 '국민들이 많이 보게 만들기 위함'이었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더라도 관심을 끌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으니,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춤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공익광고라든지 (캠페인 영상을) 만들면 아무래도 국민들께서 많이 보셔야 효과가 있지 않겠나. 댄스라는 효과를 이용해 국민들이 더욱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며 "국민들이 보시기에 미세먼지는 보기 답답하고, 댄스라는 건 좀 밝은 느낌이라 매칭이 안 된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광고가 너무 밝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기보다는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 국민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며 "예를 들어 AD마스크 같은 경우는 미세먼지 차단을 잘 못 하는데 (AD마스크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또 영상에서는 잠깐씩 환기하라는 내용도 나온다. 국민들께서는 미세먼지가 심할 때 창문을 다 닫고 있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문가들은 잠깐 환기하는 건 좋다고들 한다. 그런 요령들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고 덧붙였다.
제작 방법에 대해선 "영상은 외주업체에 의뢰해 제작했다. 입찰 이후 업체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외부 교수 등 전문가들과 함께 적합 업체를 선정하는데, 그(이번 영상을 만든) 업체가 일반적인 공익광고처럼 딱딱한 게 아닌 댄스를 활용해 광고의 접근성을 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초 제작해 비난받았던 이른바 집콕 댄스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 경우와는 내용이 조금 다르다. 집콕 댄스는 국민들에게 춤을 따라서 추라고 한 게 아닌가"라며 총리실의 이번 영상은 국민들에게 춤을 추게 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올해 초 집콕 댄스 영상을 제작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바 있다. 이 영상에는 '손 씻기, 거리두기, 마스크로 코로나 예방' '눈치 챙겨 얼른 챙겨 마스크' 등의 코로나19 방역 수칙 관련 문구와 함께 신나게 춤을 추는 한 가족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러나 5인 이상 가족이 집에 모여 춤을 추는 것은 층간 소음을 유발하고 감염 위험 역시 높인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복지부는 결국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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