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은 보면서 옮겨탈 생각은 왜 안 할까?

입력 2021-12-24 17:15   수정 2021-12-2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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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금융회사들의 개인형퇴직연금(IRP)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언제나처럼 연말정산 혜택을 챙기라며 자사 IRP 가입을 권하는 내용이다. IRP는 연금저축과 합산해 연 최대 700만원까지 최대 16.5%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절세상품이다.

‘퇴직연금’ 광고를 접하면 자신의 퇴직연금이 떠오른다.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가입자라면 과거 퇴직금처럼 회사가 책임지므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확정기여(DC)형은 가입자 본인이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므로 스스로 챙겨야 한다.

자신의 DC형 퇴직연금을 챙기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한경 생애설계센터가 조사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DC형 퇴직연금 가입자 5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자신의 DC형 퇴직연금 계좌 수익률을 확인하는 주기가 ‘한 달에 한 번 이상’이란 사람이 33.8%로 가장 많았다.

‘2~3개월에 한 번 정도’가 27.4%였고, ‘6개월에 한 번 정도’가 10.9%, ‘1년에 한 번 정도’가 11.7%로 나타났다. ‘거의 확인하지 않는다’는 사람은 16.2%였다. 예전 조사들과 비교하면 수익률을 확인하는 사람이 상당히 늘었다. 퇴직연금을 노후 준비 수단으로 잘 활용하고 싶은 생각에 수익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뒤 투자상품을 ‘한 번도 변경한 적이 없다’는 사람이 66.6%에 달했다. 3명 중 2명이 투자상품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한경이 올 7월 DC형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한 번도 변경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68.4%였다.

이번 조사에서 ‘한 번 변경했다’는 14.2%였고 ‘두 번 이상 변경했다’는 13.1%였다. ‘정기적으로 변경한다’는 6.0%에 그쳤다.

투자상품을 변경하지 않은 이유가 수익률에 만족했기 때문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로 추정된다. 대다수는 어떤 상품으로 바꿔야 할지 모르거나 자신이 없어서 수익률을 확인하는 데서 멈췄다. 문제만 파악하고 해결은 미룬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기존 상황을 바꾸기 싫어하는 것을 가리키는 ‘현상유지 편향’과 관련이 깊다.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서’보다 ‘해서’ 후회하게 될 것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지금 상태를 그냥 유지하려 한다.

연말연초를 활용해 자신의 DC형 퇴직연금 계좌 수익률을 확인하고 투자상품 변경을 시도해보기를 권한다. 어떤 상품을 선택할지는 DC형 퇴직연금 투자상품을 다룬 경제신문 기사를 참고하거나 자신이 가입한 금융회사에 문의해 추천을 받는 방법이 있다.

이번 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눈에 띄었다. DC형 퇴직연금 계좌를 증권사에서 만든 사람들이 다른 금융회사에서 가입한 사람들보다 퇴직연금 관리에 더 적극적이었고 결과적으로 수익률도 더 높았다.

증권사 가입자들은 수익률이 ‘연 5% 이상’이란 응답이 18.0%에 달해 보험사(14.6%), 은행(8.9%)보다 많았다. ‘연 3% 이상~5% 미만’이란 응답도 증권사 가입자가 24.7%에 달해 은행(8.4%), 보험사(7.3%)보다 많았다.

이 결과가 증권사에서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증권사 가입자들이 ‘DC형 퇴직연금은 자신이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더 분명하게 갖고 있고, 증권사의 서비스가 가입자들의 그런 인식을 잘 뒷받침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이란 말이 있다. DC형 퇴직연금에선 내 돈(퇴직연금)은 내가 책임지고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의 ‘내돈내투’가 중요하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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