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의학연구기관인 스크립스연구소의 에릭 토폴 소장이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에 대해 남긴 평가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의 증상이 비교적 가볍더라도 확진 규모가 커지면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의미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이날 나란히 코로나19 최다 기록을 다시 썼다. 미국에선 두 달 안에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오미크론 감염자의 중증도가 예상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지만 각국이 방역에 다시 고삐를 죄는 배경이다.
확산세를 이끄는 변이는 델타와 오미크론이다. 미국과 영국 등에선 이미 오미크론이 지배종이 됐다. 미국에서 오미크론 유행 규모는 9월 초 델타를 뛰어넘었다. 알파 변이가 유행하던 1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환자가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하루평균 코로나19 환자가 100만 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뉴욕과 컬럼비아의 확진자 그래프는 이날 알파벳 I 모양을 그리며 수직 상승했다.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미국에서만 내년 1월 말 하루 280만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구를 주도한 미 워싱턴의대팀은 미국 밖에서 다음달 하루 3500만 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에서도 확산세가 거세다. 영국에선 오미크론이 과거 유행했던 모든 변이 유행을 넘어섰다. 영국 확진자는 11만 명을 넘었다. 프랑스에서도 하루 만에 역대 최다인 8만8000명이 확진됐다. 오미크론 감염자 비율이 2주 만에 28%까지 늘어난 이탈리아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4만4595명 보고됐다. 캐나다에서도 팬데믹 후 가장 많은 2만693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스콧 고틀립 전 미 식품의약국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하우텡 지역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진정되고 있다”며 “중환자실 입원은 이전보다 80% 감소해 입원 환자가 적었다”고 했다.
지난 17일 확진자 2만3400여 명으로 오미크론 유행 정점을 찍은 남아공에선 1주일 뒤인 23일 신규 사망자가 57명 나왔다. 델타 유행 땐 올해 7월 7일 가장 많은 확진자(1만9800명)가 나왔고 1주일 뒤 365명이 숨졌다. 두 기간을 단순 계산하면 델타 유행 때 1.8%였던 치사율이 오미크론 유행 이후 0.2%까지 떨어졌다.
이런 숫자에도 각국 정부가 안심할 수 없는 것은 거센 확산 속도 때문이다. 환자가 급격히 늘면 위중증 환자도 급증할 위험이 크다.
영국 보건안전국(UKHSA)은 의료 시스템이 오미크론 변이 유행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려면 이 변이 중증도가 델타보다 90% 정도 낮아져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변이 환자의 입원 위험은 델타보다 50~70% 낮아지는 데 그칠 것이라고 UKHSA는 평가했다. 응급실 방문 위험은 오미크론 감염자가 31~45% 낮았다. 여전히 코로나19가 위협적인 바이러스라는 의미다.
뉴욕시는 타임스스퀘어에서 여는 새해맞이 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5만8000명 수용 가능한 관람구역에 1만5000명만 입장시킬 계획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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