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저, 조니워커 등 국내 최대 위스키 수입업체 디아지오코리아가 주력 브랜드인 윈저 사업부를 통매각한다. 윈저는 디아지오 내 위스키 사업부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핵심 브랜드다. 오랜 위스키 시장 침체에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디아지오코리아는 윈저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이사이드프라이빗에쿼티(PE)-메티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하고 협상 중이다. 거래금액은 약 2300억원이다. 계약 성사 시 베이사이드 컨소시엄은 윈저 브랜드의 제조, 판매, 영업권 등 모든 국내 사업 권한을 가져간다. 컨소시엄에는 국내 한 상장사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주류업체인 영국 디아지오의 한국 자회사 디아지오코리아는 국내 스카치 위스키 점유율 1위(35%) 윈저와 세계 판매 1위 조니워커 등 블렌디드 위스키를 주로 판매해왔다. 매각 후에는 조니워커 등 일부 위스키 부문과 중국 백주인 수이징팡(水井坊), 흑맥주 기네스 등을 판매하는 사업만 유지할 예정이다. 주류업계에선 ‘홈술족’ 증가와 고급 주류 선호 현상이 유흥주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블렌디드 위스키 판매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주 52시간 근무제,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중요 판매처인 룸살롱 등 유흥주점 소비가 급감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2019년 이후 코로나 여파로 많은 유흥주점의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윈저는 위스키 사업부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주력 브랜드인 만큼 타격이 더 컸다.
주류 소비 트렌드 변화도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원래 조니워커, 발렌타인 등과 같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주류였다. 코로나 여파로 외식이 어려워지자 젊은 층 홈술족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고가인 싱글몰트 위스키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블렌디드 위스키는 여전히 외면을 받고 있는 처지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싱글몰트 위스키의 점유율은 약 3%에서 10%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 같은 시장 상황으로 인해 디아지오코리아의 매출은 10년 새 반토막이 났다. 2010년(2010년 7월~2011년 6월) 4045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이 지난해엔 1932억원까지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050억원에서 370억원으로 감소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자산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09년 이후 세 차례 구조조정을 했다. 지난해엔 수출용 ‘스미노프’와 군납용 ‘윈저’를 생산하던 경기 이천 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업계에선 위스키 1위 업체가 매각에 나서면서 다른 업체의 인력 조정 및 사업부 철수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맥캘란’을 수입 및 유통하는 에드링턴코리아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발렌타인’ 수입사인 페르노리카 코리아도 실적 악화와 노사 갈등 등으로 철수설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시장이 10여 년 전 호황기를 겪은 뒤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어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른 업체들의 시장 철수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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