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범죄도 비대면화?

입력 2021-12-26 17:07   수정 2021-12-27 01:12

#1. 김미영 팀장과 서울중앙지검의 이도현 수사관, 김민수 검사. 세 사람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얼굴 없는 유명인들이고, 보이스피싱 사건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 이 중 김미영 팀장이 최근 검거됐다. 2013년 일당 28명이 체포된 뒤 그는 필리핀으로 잠적했는데 8년 만에 검거된 것. 잡고보니 전직 경찰 박 모씨, 그것도 사이버수사대 근무 경력자였다.

#2. 보이스피싱 사건을 다룬 영화 ‘보이스’가 최근 100만 명 넘는 관객을 모으며 성공을 거뒀다. 코로나 확산으로 올해 개봉작 중 100만 명 돌파 작품은 보이스를 포함해 4개에 불과했다. 영화속 피싱 총책 ‘곽프로’를 연기한 배우 김무열 씨는 “그 정도로 공감대가 크다는 것”이라며 “저희 모친도 피싱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 범죄로 온 사회가 몸살이다. 김미영 팀장으로 대표되는 보이스피싱이 1세대라면, 최근엔 전화 가로채기 등 2세대 사기가 기승이다. 전화 가로채기는 경찰·검찰·금융회사 등을 사칭해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한 뒤 개인정보를 빼내는 수법이다. 피해액이 일반 보이스 피싱보다 10배나 크다. 또 중고거래나 가상화폐 플랫폼 등에서 랜섬웨어를 감염시켜 돈을 빼내가는 신종 사기가 등장하는 등 날로 수법이 정교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살인·강도·절도·폭력 4대 강력범죄의 월 평균 발생건수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 16% 줄었다. 반면 비대면 사이버 범죄는 같은 기간 19% 늘었다. 특히 불법 성(性)영상물 제작·유포 등에 관한 범죄 건수가 48%나 증가했다. 사이버 사기 및 사이버 금융범죄도 15% 늘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범죄 증가 이유를 세 가지로 꼽는다. 코로나 장기화와 범죄기술 고도화, 그리고 대응 인력 부족이다. 이 중 대응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992년 컴퓨터 범죄전담팀으로 출발했다. 현재 인력은 전체 경찰의 1.7%(약 2200명)에 불과하다. 2010년부터 업무량이 폭증했지만 인력 부족이 해소되지 않아 일선 경찰의 기피 부서가 된 지 오래다.

경찰청은 내년도 163명 충원을 포함해 앞으로 매년 민간에서 IT 전문가 100명 이상을 새로 뽑기로 했다. 예산도 늘린다. 최소한 범죄자들이 경찰을 향해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Catch Me If You Can)’라고 조롱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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