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냈다. 업계 처음으로 정비사업 수주액 5조원(5조2741억원)을 넘겼다. 흑석9구역은 지하철 역세권(흑석역)인 데다 주변에 학교도 많아 흑석뉴타운 내 ‘핵심 입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지 규모(1536가구)도 커 대형 건설회사들이 사업 수주에 눈독을 들여왔다. 현대건설은 이곳에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할 예정이다.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은 흑석동 90 일대에 지하 7층~지상 25층, 21개 동, 총 1536가구의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공사비는 4490억원이다. 현대건설은 단지명으로 ‘디에이치 켄트로나인’(투시도)을 제안했다. 흑석9구역이 동작구에 최초로 디에이치를 적용하는 단지로 변신한다는 얘기다. 현대건설도 이번 사업으로 올해 누적 수주액 5조2741억원을 기록했다. 건설업계에서 처음으로 정비사업 수주 ‘5조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흑석9구역은 최근 3년여간 사업이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8년 조합이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이듬해 10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때만 해도 순항하는 듯했다. 이후 서울시의 인허가 문제로 인한 설계 변경과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문제를 두고 조합과 시공사 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조합은 지난해 5월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결의한 데 이어 조합 집행부도 해임했다. 이전 조합과 새로운 조합 간 법정 다툼 속에 현 조합이 지난 6월 임시총회에서 시공사 재선정을 추진했다. 이종왕 흑석9구역 조합장은 “시공사 갈등과 조합 내부 문제로 사업이 지연됐다”며 “오랜 시간 끝에 시공사를 선정한 만큼 내년 철거와 주민 이주까지 잘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 내 숙원사업인 고교 신설이 가시화된 것도 호재다. 흑석동에는 중대부고가 1997년 강남구로 이전한 뒤 신설 고등학교가 없었다. 지난 7월 흑석9구역 안에 학교 부지가 마련됐다. 흑석동 내에선 향후 통학 불편이 줄어드는 등 주거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흑석뉴타운 내에선 흑석9구역을 포함해 5개 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흑석3구역은 지난해 5월 일반분양을 마쳤다. 2023년 2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흑석11구역(1509가구)은 지난 3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올해 초 하이엔드 브랜드인 ‘푸르지오 써밋 더힐’을 제안한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택했다. 내년 초 관리처분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 추진이 가장 늦었던 흑석 1구역(186가구)과 2구역(305가구)도 조합설립 동의율(75%)을 채우고 조합설립 총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흑석뉴타운의 핵심인 9구역 재개발사업이 안정궤도에 진입했다”며 “‘아크로 리버하임’(흑석7구역)을 비롯해 대형 건설사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흑석동에 전부 자리잡게 된 데다 반포동과 인접한 준강남 생활권에 속해 향후 미래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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