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없는 대부업…웰컴금융도 '조기 철수'

입력 2021-12-27 17:16   수정 2021-12-28 02:17

웰컴금융그룹 계열 대부업체인 웰컴크레디라인대부(웰컴론)와 애니원캐피탈대부(애니원론)가 27일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내년 창립 20주년을 맞는 웰컴금융이 디지털금융그룹으로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 당초 계획보다 3년 빨리 대부업에서 손을 떼기로 하면서다. 잇따른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맞물려 문을 닫는 대형 대부업체가 속속 나오고 있다.

웰컴크레디라인대부와 애니원캐피탈대부는 이날 금융위원회에 대부업 라이선스를 반납했다. 웰컴금융은 2014년 예신·해솔저축은행을 인수해 웰컴저축은행을 출범시키면서 2024년까지 대부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대부업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철수 시기를 3년 앞당긴 것이다.

손종주 웰컴금융 회장(사진)이 내년 본사를 서울 구로에서 용산 신사옥으로 이전하는 시점에 발맞춰 대부업 조기 철수 방침을 결정했다. 그룹 관계자는 “대부업 철수를 계기로 신사업과 해외 사업 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저축은행업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웰컴금융은 필리핀과 캄보디아 등에서 오토바이 리스 사업을 하고 있다. 웰컴캐피탈을 중심으로 자산운용업 등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만 해도 웰컴크레디라인대부의 대출자산은 4750억원으로 대부업계 4위였다. 이후 신규 영업을 자제하는 방식으로 대부업 철수를 준비해 작년 말 대출자산이 2600억원으로 줄었다.

업계 상위권인 두 회사가 사업을 접자 업계에선 “지난 7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20%) 이후 안 그래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대부업 시장이 더욱 쪼그라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2010년 연 44%에 달하던 법정 최고금리는 올해 연 20%로 반토막 났다. 그 과정에서 2019년 산와대부(산와머니), 지난해엔 조이크레디트대부가 신규 대출 영업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신용자가 주 고객이라 대손비용이 높다”며 “연 20% 금리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부업 이용자 수는 2018년 말 221만 명에서 작년 말 139만 명으로 37% 급감했다. 업계 1위인 OK금융그룹 소속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도 저축은행 인수 조건으로 2024년까지 대부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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