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국내 기업의 블록체인 사업 진출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SK그룹 투자사인 SK스퀘어가 최근 암호화폐거래소 코빗 지분 35%를 인수하고,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JYP와 하이브는 NFT사업을 위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제휴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경우 기업들은 대부분 국제회계기준(IFRS) 지침과 일반회계기준(GAAP) 등에 따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지만 시세변동성이 높아 적용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호화폐를 무형자산으로 간주하면 가치가 장부가격보다 낮아졌을 때만 손실로 처리하고 반대로 가치가 올라가면 처분해야만 영업외이익으로 반영된다. 빗썸코리아의 작년 말 재무제표는 비트코인을 한 개당 2491만원, 이더리움은 81만4000원으로 반영했다. 현재 6000만원대인 비트코인과, 500만원에 육박하는 이더리움 시가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일본은 암호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분류한다.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는 “현재 회계가 기업 가상자산의 실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IFRS에 기준 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유럽은 관련 산업이 한국·미국만큼 활발하지 않아 대응이 느리다”고 전했다.
이재혁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블록체인으로 거래를 추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소유의 익명성이 문제”라며 “소유권을 확인하기 위해 시험으로 소액 이체를 시켜보거나 지갑에 접근할 수 있는 키 관리 방법을 점검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은 현금과 같이 금고에 보관할 수 없고 대형은행 같은 공신력 있는 제3 기관도 없다. 국민은행이 참여한 한국디지털에셋, 농협은행이 출자한 카르도 등 가상자산 예치·수탁 기업이 있지만 걸음마 단계다.
기업이 가상자산을 활용해 비자금을 조성, 뇌물로 사용하거나 착복하더라도 현재 기준에선 회계 감사를 통해 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최근 CNBC에 따르면 세계 탈중앙화금융(Defi) 관련 도난과 사기 등의 사고 규모는 올해 들어서만 11조원에 달한다. 라트비아와 몰타 등 일부 해외 국가에서 암호화폐를 현금화할 땐 추적하기도 힘들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자칫 형사 사건으로 비화할 경우 회계법인이 함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며 “회계법인 관점에선 자의적 판단으로 회계처리를 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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