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침이 모호한 데다 거래, 내부 통제 등을 검증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자칫 자의적 해석으로 회계 처리를 했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례처럼 사후 제재를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로 감사를 기피하는 분위기다.
27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최근 딜로이트와 PwC 등 대형 회계법인의 글로벌 제휴사들은 “가상자산 관련 기업의 감사 수주를 되도록 피하라”는 취지의 지침을 내렸다. 이미 국내 회계법인들은 가상자산 관련 기업의 감사를 외면하는 분위기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은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내는 대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중소형 회계법인인 우일회계법인과 대현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겼다. 넥슨 계열 가상화폐거래소인 코빗의 감사도 대형 회계법인의 거부로 중견사인 대주회계법인이 맡았다.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도 회계법인들의 기피 대상이다. 한 탈중앙화금융(Defi) 스타트업 관계자는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유치하려면 감사를 받아야 하는데 대형 회계법인은 외면하고 중소형 법인을 찾아가면 가상자산이 뭔지 설명하는 데만 한나절”이라고 토로했다.
기업이 가상자산사업에 나섰다가 이미 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법인과 갈등을 빚는 사례도 적지 않다. 회계법인들이 소규모 부대사업과 투자 목적으로 가상자산을 보유한 경우에도 이중 삼중 통제 절차를 요구하다 보니 기업들이 반발하는 양상이다.
회계법인들은 금융당국의 암호화폐 회계 처리 관련 규정과 지침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NFT와 코인 발행은 지침이 아예 없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NFT, 메타버스 등을 통한 기업들의 자산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회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일/임현우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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