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리두기도 백신패스도 뒤죽박죽인데 누가 신뢰하겠나

입력 2021-12-27 17:18   수정 2021-12-28 06:53

코로나 방역패스(접종 증명) 적용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현장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놀이공원의 경우 야외 정원에서 하는 불꽃놀이는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공연으로 등록돼 미접종자는 관람할 수 없다. 반면 실내공간에 관람객 200명이 들어가는 물개·새 공연은 공연장이 동물원으로 등록돼 관람 가능하다. 놀이시설, 스키장은 미접종자들도 입장할 수 있지만, 해당 시설에 딸린 식당 매점 카페 등은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등 장소마다 기준이 달라 미접종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부득이한 사유로 백신을 맞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 기준도 혼선이 크다. 방역패스 면제로 인정해주는 질환 범위가 너무 좁아서다. 임신부만 하더라도 정부는 초기(12주 이내)엔 백신 접종 전 산모와 태아 상태를 진찰한 뒤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백신 부작용이 우려돼 접종하지 못했는데도 방역패스 예외 증명서를 발급받기 어려워 임신부들은 사회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토로한다. 심장병 등 기저질환이나 약물 알르레기 반응 등으로 백신 접종을 못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건강에 이상이 없는데도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방역패스 적용 예외를 둘 이유는 없다. 하지만 기저질환 등의 사유로 인한 미접종자에게까지 주먹구구식으로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가 발생한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정부는 단계마다 허술한 뒷북대응으로 국민에게 큰 고통을 안겼다. 초창기 마스크 대란부터 고무줄 같은 거리두기 지침, 백신 확보와 부스터샷 실기(失機), 백신 예약시스템 먹통, 백신패스 접속 장애, 병상 확보도 없이 시작한 위드 코로나 등 부실 방역행정은 일일이 손에 꼽기도 힘들 정도다. 과거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뒤죽박죽 백신 행정이 여전하니 누가 신뢰할 수 있겠나.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외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어 코로나 사태는 언제 종식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두 달 안에 세계인구 절반이 감염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K방역이란 미몽에서 깨어나 방역정책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때다. 당장 ‘게임 체인저’로 기대되는 코로나 먹는 치료제 확보에서도 우왕좌왕하다 백신 늑장확보 같은 뼈아픈 실책을 되풀이한다면 국민 인내심은 바닥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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