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쌀 시장안정을 위해 20만톤을 "빠른 시일내 격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쌀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88만2000톤이다.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수요량과 비교하면 26만8000톤이 과잉생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수확기 초부터 산지쌀값은 전년 대비 하락했다. 10월 초 5만6803원에서 지난 25일 5만1254원으로 9.8%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곡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 중 27만 톤 중 20만 톤을 빠른 시일 내에 시장격리 하기로 합의했다. 약 7만톤의 잔여 물량은 추후 시장 상황과 민간 재고 여건을 보면서 추가 격리를 결정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이해관계자 협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중 세부 매입계획을 공고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올해 가격 하락을 이유로 시장격리를 결정한 것은 작년 가격이 이례적으로 높았다는 것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27일 기준 쌀 20kg 도매가격은 5만254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6%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작년은 이상기후에 따른 흉작으로 가격이 급등했던 해였다. 기저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27일을 기준으로 지난 5년간의 평균가격을 고려한 평년 가격은 4만5244원이었다. 지금의 가격은 이보다 16.2% 높은 상황인 것이다.
정부가 농민단체의 손을 들어주면서 서민들의 밥상물가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aT의 소비자가격 조사에 따르면, 계란을 비롯해 각종 축산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파로 인해 채소류 수급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정부가 이같은 서민 물가 부담을 외면한체 정치적 결정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쌀 시장격리가 농민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미 농협 등 중간 유통상들이 농민으로부터 쌀을 확보해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농민들은 이미 쌀을 넘겨서 시장격리에 따라 가격이 올라도 이익을 보지 못할 것"이라며 '중간에 있는 농협과 대농, 생산자 단체 등만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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