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중국색이냐"…'설강화' 또 논란 [이슈+]

입력 2021-12-28 15:41   수정 2021-12-28 16:38


안기부와 간첩 미화에 이어 이번엔 중국색 논란이다.

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나오고 있다. 이번엔 극중 부유층의 아내들이 마작을 즐기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25일 방송된 4회 방송에서 등장했다. 극중 은창수(허준호)의 부인이자 은영로(지수)의 새엄마인 홍애라(김정난)와 은창수의 정치적 라이벌인 여당 사무총장 남태일(박성웅)의 아내 조성심(정혜영)이 대화를 하면서 마작 게임을 하는 것.


마작은 중국의 전통 놀이지만 한국에서는 대중적인 게임은 아니다. 규칙조차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1987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서 사회 지배계급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마작을 즐겼다는 설정에 "역사왜곡에 이어 중국색까지 넣었냐"는 반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초 SBS '조선구마사'는 역사 왜곡과 함께 중국색이 짙어 이에 대한 반감으로 2회 만에 방송 폐지까지 이어졌다. 방송사에서 왜곡 논란으로 방송이 종영된 최초의 사례였다.

당시 '설강화' 역시 간첩과 여대생의 로맨스라는 시놉시스가 알려지면서 우려를 자아냈던 상황이었다. tvN '철인왕후' 원작자의 한국 비하 발언을 비롯해 '빈센조', '여신강림' 속 중국 브랜드의 과도한 PPL 등 국내 정서와 맞지 않는 중국 문화가 국내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에 대중적인 반감은 이미 극에 달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김치, 삼계탕은 물론 세종대왕, 김구, 윤동주 시인 등 우리 역사의 위인까지 중국의 것이라 주장하는 '문화공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설강화' 속 마작 등장에 "비호감이 되려 작정한 게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설강화'는 촬영 전부터 논란이 불거졌던 작품이었다. 제작진이 마작 설정을 빼지 않은 것을 두고 방송 관계자들은 "제작진의 안이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며 "논란이 될 설정도, 우려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다 괜찮을 거라고 착각했던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설강화'는 부상 당한 남파 간첩을 운동권인줄 착각한 여대생이 치료해 준 후 벌어지는 이들의 로맨스를 담은 드라마다. 극의 배경이 민주화 항쟁으로 뜨거웠던 1987년이라는 점, 극의 여성 주인공 이름 '은영초'가 '영초언니'로 운동권에서 유명했던 천영초와 동일하다는 점, 천영초의 남편 역시 간첩으로 오인받아 고문으로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방영 전부터 민주화 역사 왜곡 우려가 불거졌다.

JTBC 측은 "드라마를 보게 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했지만, 1, 2회에서 우려했던 설정들이 그대로 등장하면서 '설강화' 방영을 금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하루도 안 돼 동의 기준 인원인 20만 명을 넘겼다. '조선구마사'보다 빠른 속도다.

'설강화' 측은 이후 3, 4, 5회를 연속 방영하면서 "극 초반 설명이 부족했다"며 "오해를 풀겠다"고 했지만, 이들 방송에서 성당을 간첩의 중심지로 만들었다는 점, 야당 총재 핵심 브레인이 간첩과 접촉했다는 부분들과 관련해 또 다시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야당 총재였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끊임없이 북한과 접촉한다는 공작의 대상이 됐다. 성당 역시 군부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들을 마지막까지 보호하던 곳이었는데, 이를 간첩의 중심지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법도, 인권도 없이 남영동으로 끌려마 많은 목숨이 희생당한 역사가 있지만, "사실만 알아내랬지, 누가 때리냐"면서 정의로운 안기부 직원을 등장시킨 부분도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는 행위"라는 반응을 이끌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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