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 메뉴판서 우럭이 사라졌다

입력 2021-12-28 17:28   수정 2022-01-05 15:54


경기 광명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전모씨는 최근 메뉴판에서 우럭회를 지웠다. 우럭 도매가격이 너무 올라 기존 가격으론 도저히 이문을 남길 수 없어서다. 손님들이 즐겨 찾는 ‘광우세트(광어+우럭)’ 판매도 중단했다. 대신 연어와 방어 등을 광어, 우럭에 섞어 만든 모둠회를 주력 메뉴로 밀고 있다. 전씨는 “광어와 우럭 도매가격이 너무 올라 양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려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당분간은 우럭을 단일 메뉴로 내놓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28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우럭 도매가격은 ㎏당 2만1188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1만1917원) 대비 77.8% 급등했다. 올해 평균 가격은 1만6488원으로 전년(1만603원)에 비해 55.5% 올랐다. 수산업관측센터는 내년 평균 가격은 1만9387원으로 올해보다 더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광어 가격 오름세도 우럭 못지않다. 올해 광어 평균 도매가격은 1만6917원으로 전년(1만3522원)보다 25.1% 상승했다. 지난달 가격은 1만8188원을 기록했다.

광어와 우럭 가격이 올 하반기께부터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주요 산지의 출하량이 평년 대비 크게 줄어서다. 전국 양식장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외식 수요가 감소하자 광어와 우럭의 양식 물량을 크게 줄였다. 이마트 관계자는 “광어와 우럭은 보통 1년 이상 키워 출하하는데 지난해 줄인 양식 물량이 올해 공급 부족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온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수온이 오르면 어류의 집단 폐사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달 우럭 출하량은 663t으로 전년 동월(1542t) 대비 57.0% 감소했다.

동네 횟집에선 우럭과 광어 가격 급등세에 비상이 걸렸다. 가장 판매량이 많은 기본 메뉴지만 기존 가격에 맞춰 팔면 도저히 이익을 남길 수 없는 상황이다.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여 팔기도 어렵다. 광어와 우럭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횟감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가격을 올리면 금방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어종이기 때문이다. 광어와 우럭 가격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양식 물량을 한 번 줄이면 이를 다시 회복하는 데 최소 1년이 걸린다”며 “광어와 우럭 품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어와 우럭이 가격 경쟁력을 잃어 주춤하는 사이 노르웨이 등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들여오는 연어가 ‘국민 횟감’ 자리를 노리고 있다.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국내에 수입된 연어는 4만2042t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3억6300달러(약 3560억원) 규모에 달한다.

수입량은 전년 동기(3만5489t)에 비해 18.5%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해 수입량(4만2609t)을 무난히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2014년(9325t)과 비교하면 연어 수입량이 다섯 배가량 늘었다.

노르웨이산 연어는 기존 주요 수입국인 미국과 유럽 등지의 식당들이 코로나19로 대거 휴업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말 산지 가격이 5년 만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등지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국내에 밀려들어 오면서 올초 이마트는 노르웨이 생연어를 ‘반값’에 판매하기도 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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