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없는 씨감자'로 재기 나선 신동방그룹 3세

입력 2021-12-28 17:47   수정 2021-12-29 02:04

감자는 재배 과정에서 오염된 토양과 농업용수 문제로 박테리아나 곰팡이에 감염되기 쉽다. 박테리아 등에 감염되면 감자의 감염 상태가 후대에도 유지돼 생산성이 떨어진다. 이그린글로벌(EGG)은 무병 씨감자(감자 종자)를 대량으로 배양해 감자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마이크로튜버(MCT)’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푸드테크 기업이다.

MCT 기술을 활용하면 조직 배양실에서 씨감자 줄기를 증식시킨 뒤 빛이 없는 암실에서 1세대 씨감자(G0)를 매일 수확할 수 있다. 신기준 이그린글로벌 대표는 “G0를 땅에 심어 아들(G1) 및 손자(G2) 씨감자를 만들어 개체 수를 늘린 뒤 농민 등 씨감자 수요처에 파는 구조”라며 “온실에 씨감자 줄기를 심어 수확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훨씬 빠르게 고품질의 씨감자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방식의 씨감자 생산에는 6년 정도가 걸리지만 MCT 기술로 만든 씨감자는 2년 정도다.

이그린글로벌은 생산한 씨감자를 중국 최대 국유 곡물 기업인 베이다황그룹, 맥도날드에 감자를 공급하는 북미 냉동감자 업체 램웨스턴 등에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세계 각국이 식량안보 차원에서 씨감자 수요를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은 그동안 대부분 감자를 수입해왔지만 코로나 사태로 교역이 막혀 곤란을 겪고 있다”며 “씨감자를 자국에 들여와 감자를 자체 생산하기 위해 최근 회사에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MCT 관련 기술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있다. 지난 9월 포테이토유럽(감자협회)에서 네덜란드 등 감자 선진국 업체를 제치고 혁신 1등 상인 ‘금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벤처캐피털 계열사인 ADB벤처스의 투자(250만달러)도 유치했다.

신 대표는 식용유 ‘해표’ 브랜드로 유명했던 신동방그룹 3세다. 신동방그룹은 1999년 외환위기 속에 워크아웃 기업이 됐고, 이후 계열사들이 매각되며 해체됐다. 그룹 2세인 고(故) 신명수 회장의 차남인 신 대표는 2009년 이그린글로벌을 창업했다. 그는 “컨설팅회사 등 다양한 사업을 하다 가업인 식품 분야에서 푸드테크 기업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창업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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