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소설보다 더 아수라장이다. 층간소음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엔 기상천외한 보복 경험담은 기본이고 “가족을 몰살시켜 버리겠다”는 살벌한 경고까지 예사다. 말뿐이 아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주먹다짐과 칼부림, 살인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다. 언론에 보도된 층간소음 살인 사건만 매년 3~7건이다. 한국은 ‘층간소음 지옥’이 된 지 오래다. 층간소음 비극을 다룬 영화와 소설이 최근 붐을 이루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우선 집부터 제대로 지어야 한다. 그런데 부실 시공이 태반이다. 2019년 감사원이 입주 직전 28개 공공·민간 아파트 191가구를 무작위로 뽑아 조사해보니 60%가 층간소음 기준에 미달했다. 기준에 맞춰 지었다고 신고했으나 거짓이었다. 층간소음 문제만 20년 넘게 연구해 온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건설사들이 층간소음 없는 아파트라고 허위·과장 광고하고 있지만 기준에 맞춰 지은 집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코로나 집콕’까지 더해져 지난해 층간소음 민원 건수는 4만2250건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60% 늘었다. 올해도 작년보다 더 증가할 전망이다. 아파트마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두고 자율 조정하게 한다지만 분쟁 해결엔 역부족이다.
층간소음 문제엔 가해자가 따로 없다. 아파트 주민들은 1층을 빼면 누구나 누군가의 위층 사람으로,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층간소음 비극을 수수방관한 건설사와 정부, 정치권 역시 책임이 무겁다. 국민 대다수가 골치를 앓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다.
마침 대선 시즌이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상대방 인신공격 거리만 찾을 게 아니라 층간소음 해법을 내보면 어떨까. 획기적 아이디어라면 유권자 70%를 잠재적 지지자로 만들 수 있는 블루오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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