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요금부터 그렇다. 전기료는 대선 다음달인 4월과 10월, 가스요금은 5, 7, 10월 각각 나눠 오른다. 내년 4분기에는 전기료가 7.9%(4인가구 월 평균 3590원), 가스료는 16.2%(4600원) 뛰게 된다. 에너지 요금은 연료비 상승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는 올초 전기료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그 취지를 스스로 훼손하면서 내년 1분기까지 요금 인상을 틀어막았다. 그 결과 한국전력 영업손실이 올해 4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마지못해 인상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대선 직후인 내년 2분기부터인가. 정부는 코로나, 물가불안 등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고려했다지만 누가 믿겠나. 진정 국민 부담을 걱정한다면 조금씩 나눠 올렸어야 했다. 그런데도 올해와 내년 1분기 상승분을 내년 2분기 이후로 미뤄 국민에게 한꺼번에 더 큰 부담을 안기게 생겼다. 전형적인 ‘조삼모사(朝三暮四)’가 아닐 수 없다.
내년 4월 중 CPTPP 가입신청서 제출 추진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CPTPP 가입 필요성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농민 반발을 우려해 미적대다 이 역시 대선 이후로 늦춘 것이다. 내년 1월 쌀 20만t 시장격리 조치에 나서는 것도 농민 표와 무관치 않다. 당정은 쌀값이 작년보다 하락했다는 이유를 들지만, 작년에는 이상기후에 따른 흉작으로 가격이 급등해 오히려 지금 쌀값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물가대책과도 앞뒤가 안 맞는다. 한시가 급한 연금개혁을 다음 정부로 미룬 것도 표를 의식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러다가 차기 대통령은 현 정부의 뒤치다꺼리하기 바쁜 ‘극한직업’이 될 판이다.
내년 예산의 4분의 3을 상반기에 몰아쓰고, 공공 일자리마저 1월에 집중하는 등 선심 정책도 대선에 맞추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 도우미’로 나서도 되나. 청와대는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지가 분명하다고 하지만, 자꾸 빈말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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