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개미가 가르쳐준 사회생물학

입력 2021-12-28 17:16   수정 2021-12-29 01:21

‘어느 날 외계인들이 우리 행성에 도착한다면, 그들은 겉모습에 속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틀림없이 개미와 대화하려 할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개미의 시각을 빌려 인간관계에 대해 얘기하는 판타지 느낌의 소설이다 보니 그럴 만하다 싶다. 하지만 개미 군집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개미 여섯 마리만 모여도 시작한다는 분업체계, 과학적 통풍·환기구조를 지닌 개미집 건축, 안정적 식량 마련을 위한 ‘가축(진딧물) 사육’, 다른 군집에서 약탈해온 ‘노예 개미’ 부리기 등 흥미진진한 생물이다. ‘지구의 작은 지배자’란 비유가 모자람이 없다.

개미는 사회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인간과 많이 닮았다. 각 개체는 미약하지만, 사회(군집)를 이루면 자연의 힘에 도전할 만큼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인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개미로부터 얻는 교훈도 많다. 성경도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 가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잠언 6장 6절)고 가르치고 있다.

어린 시절, 흙바닥에서 개미 행렬을 지켜본 경험을 인간 행동 연구에까지 접목시킨 ‘사회생물학의 아버지’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주말 별세했다. 진화생물학을 연구하던 그는 인간의 모든 것은 생물학적으로 해석 가능하다는 ‘사회생물학’을 주창하며, 1975년 《사회생물학》을 출간해 주목받았다. 유전학, 진화학을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등과 한데 묶어 연구하는 ‘통섭(統攝)’을 특히 강조했다.

하지만 세상에 없던 새로운 시도는 늘 공격에 시달리는 법,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간 본성과 본능을 동물과의 연속선상에서 보려 했던 그의 노력은 학습과 환경의 영향력을 더 중시했던 좌파 지식인들로부터 매도당하기 일쑤였다. ‘유전자 결정론자’ ‘인종차별주의자’ 같은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학문간 칸막이를 없앤 통섭의 시도는 진화경제학, 행동경제학, 사회생태학 등의 발전에 적잖은 자양분으로 작용했다. 경제 진화가 생물 진화와 구조적으로 비슷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진화경제학의 경우 ‘합리적 인간’ 가설을 채택하지 않고, ‘균형’에도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복잡난해한 현대 경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인식 전환이다. 개미가 가르쳐준 사회생물학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윌슨 교수의 명복을 빈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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