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인권에 눈 감는단 지적에…정의용 "특수관계이기 때문"

입력 2021-12-29 14:05   수정 2021-12-29 14:12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에 한국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북한과 중국과는 특수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대북 지원 필요성을 시사했다.

정 장관은 29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중은) 우리나라의 안보와 직결돼서 협력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인권 관련) 국제적 노력에 직접적인 동참을 하고 있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인권 문제는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 우리 정부도 매우 인권 보호와 신장을 중시하고 있다”며 “그러한 기본적인 입장을 바탕으로 인권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 16일 17년 연속 유엔 총회를 통과한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올해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2019년 처음 공동제안국에 불참한 이래 3년 연속이다. 특히 올해 결의안에는 사상 처음으로 국군포로 문제도 언급됐지만 정부의 공동제안국 불참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정 장관은 “유엔에서의 북한인권결의안에도 컨센서스(전원 합의)에는 계속 참여해오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컨센서스 방식은 나서서 반대 표결에 부치지 않는 이상 동참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방식을 뜻한다. 정부는 지난 10월 미국의 주도하에 43개국이 동참한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관련 공동성명에도 빠졌다.

영변 핵시설과 박천 우라늄공장 등 북한의 핵 관련 시설이 잇따라 재가동 징후를 보이는데 대해서는 “한·미 간 여러 북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북한의 여러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도 깊은 우려와 관심을 갖고 계속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에서는 사실상 현상유지라는 상황은 가능하지 않다”며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한 관계 개선의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베이징올림픽을 남북 관계 개선의 하나의 계기로 삼기로 희망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기대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베이징올림픽과 종전선언을 불가분의 관계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하긴 했지만 외교안보 부처 수장 중 베이징올림픽이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도 되기 어렵다고 말한 건 정 장관이 처음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에 대해선 “외교적 보이콧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어떠한 방식으로 참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검토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변함 없음을 재확인했다. 정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위안부 문제는 사상 유례없는 전시 여성인권 유린이고, 여성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사례”라며 “원죄가 어디 있는지는 여러분이 너무나 잘 아시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지난 10월 국정 감사에서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행 문제와 관련해 정 장관을 향해 “한국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해주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한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정 장관은 이어 “일본은 끝까지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하고 있어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많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노부오 일본 총리는 지난 28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소한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논의를 해도 의미가 없다”며 한국 정부를 향해 위안부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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