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제치고 3년만에 제1노총의 지위를 탈환했다. 전체 노조 가입자수는 3년 연속 20만명 넘게 증가했으며 노조 조직률도 14.2%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용노동부는 30일 '2020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을 발표했다. 이 현황 자료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해 설립신고된 노동조합이 2020년말 기준으로 행정관청에 신고한 자료를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집계 분석한 내용이다. 노조는 매년 1월31일까지 전년도 12월31일 기준 조합원수를 행정관청에 통보해야 한다.
◆조합원 수 26만명 늘어 280만명…소기업 근로자는 외면
조합원 숫자는 3년 연속 20만명 이상 증가하면서 노동 운동에 대한 관심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노조 전체 조직률은 14.2%였으며 전체 조합원 수는 280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2019년 조직률 12.5%에 비해 1.7%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조합원수도 전년도인 2019년 254만명에 비해 무려 26만명이 늘어났다. 이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의 증가폭이다. 이전 최대 증가폭은 2018년에 기록한 24만3000명이었다.
조직 형태별로 보면 조합원 수는 초기업 노조 소속이 169만5000명(60.4%)였고 기업별 노조 소속이 110만9000명(39.6%)이었다. 노동조합 숫자도 6564개로 전년도에 비해 500개 이상 증가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다만 조직률은 공공부문이 69.3%, 민간부문이 11.3%로 공공부문이 훨씬 높았다.
한편 사업체 규모별 조직현황을 살펴보면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의 조직률이 49.2%를 기록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대기업 근로자 270만명 중 132만명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00~299인 사업장은 10.6%였고 30~99인 사업장은 2.9%, 30인 미만 사업장은 0.2%에 그쳐 정작 소기업일수록 노조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의 총 근로자수는 1177만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는 2만명을 조금 넘긴 수준이었다.
◆한국노총, 2년만에 제1노총 탈환
상급단체 별로 보면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 115만4000명으로 41.1%를 차지했고, 민주노총이 113만4000명(40.4%)으로 그 뒤를 이었다. 미가맹 노조 소속 조합원은 41만7000명(14.9%)로 나타났다.
한국노총은 2년만에 제1노총 지위를 탈환했다. 민주노총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합법 노조로 인정 받으면서 올해서야 집계에 포함되는 등 조합원 수 증가 요인이 있었지만 2만 여명 차이로 제2노총이 됐다.
한국노총은 대선 정국 이후 내년도 노정 관계에서 제1노총으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지위를 회복했다는 평가다. 2년 전 민주노총이 제1노총 자리를 처음으로 차지하면서 양대노총이 신경전을 펼친 바 있다. 지난 3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을 5명 추천하겠다"고 밝히며 그간 노동계 추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9명 중 4명을 민주노총이, 5명을 한국노총이 추천해왔던 관행을 바꾸는 것은 물론 각종 노사정 회의체에서 제1노총으로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한국노총도 곧바로 공공노총과의 통합을 선언하면서 반격에 나선 바 있다.
제1노총을 탈환할 수 있었던 동력에 대해 한국노총 관계자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에서 한국노총에 가입한 조합원들이 많았고, 택배·대리기사·가사 서비스 분야의 노동자들이 한국노총에 가입한 게 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합원 신규 조직화는 민주노총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상급단체가 없던 노조가 한국노총에 많이 가입한 것도 역전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양대 노총 조합원 숫자 차이가 2만명에 불과해 추후 조직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지난해 통합한 공공노총의 조합원수가 이번 집계에서 8만명 수준으로 나왔고 이들이 2021년 집계에서는 한국노총 소속이 될 것을 감안하면 민주노총의 재역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보인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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