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에 꽂힌 신세계百…NFT 사업 뛰어든다

입력 2021-12-29 17:39   수정 2021-12-30 01:54

신세계가 국내 1위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에 280억원을 투자했다. 새로운 투자처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술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미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최근 미술품 시장의 화두인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에도 진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술품 사업 확장하는 신세계
29일 신세계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서울옥션에 28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투자로 신세계는 서울옥션 지분 4.82%를 보유하게 됐다.

서울옥션은 국내 1위 미술품 경매 업체다. 지난해 낙찰총액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은 38%다. 미술품 시장에서 핵심 경쟁력인 작가·컬렉터와의 네트워크가 풍부한 것이 강점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미술품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상품을 소싱하고 차별화된 아트 비즈니스를 선보이기 위해 지분투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은 유통가에서 가장 발빠르게 아트 마케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1966년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갤러리를 선보였으며, 업계 최초로 백화점 본사에서 갤러리를 전담하는 신세계갤러리팀까지 신설했다. 현재는 강남점 외 본점과 센텀시티점, 대전신세계 아트앤 사이언스, 광주신세계, 대구신세계 등 6개 점포에서 미술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8월부터 이달까지 판매된 작품은 총 720점이 넘는다.

신세계가 서울옥션에 투자한 결정적인 계기는 ‘아트 비즈니스의 잠재력’을 보여준 강남점 갤러리의 성공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8월 강남점 3층 명품 매장의 통로와 벽, 라운지에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회화와 사진, 조각 등 예술품 120여 점을 채웠다. 전문 큐레이터를 둬 작품을 추천해주고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자금이 예술투자로 몰리는 상황에 젊은 고객까지 미술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강남점 갤러리는 명소가 됐다. 백화점 관계자는 “120여 점 작품이 매달 다 팔려나갈 만큼 인기”라며 “2030세대가 자신의 집 사진을 큐레이터에게 보여주며 맞는 작품 추천을 부탁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미래 먹거리로 NFT 사업 추진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분투자 제안을 먼저 해온 쪽은 서울옥션이다. 280억원의 투자금액을 놓고 신세계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렸지만, 서울옥션이 뛰어든 NFT 사업의 성장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품 시장은 NFT의 혜택을 본 대표적인 분야다. NFT는 이미지, 영상 등 디지털 작품에 블록체인으로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기술이다. 그간 쉽게 복제할 수 있어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무형 자산에 ‘원본 인증’을 해준다. 디지털 작품도 원본과 복제본을 구분할 수 있으면 희소성이 생겨 실제 그림처럼 사고팔 수 있다.

서울옥션은 지난 10월 자회사 서울옥션블루를 통해 업비트 운영업체 두나무와 손잡고 NFT 사업에 진출했다. 서울옥션블루와 업비트는 이후 NFT 예술품 거래 플랫폼 ‘XX블루’를 열었다. 지난달 열린 첫 경매에선 장콸 작가의 NFT 작품 ‘미라지 캣3’가 3.5098비트코인(약 2억5400만원)에 낙찰됐다. 수백만원대인 실물 가격의 100배를 넘었다.

최근 독자경영에 나선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도 미술에 조예가 깊다. 이화여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전공한 정 총괄사장은 미국 로드아일랜드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2019년 신세계갤러리팀 임원급 조직으로 격상시키며 신세계백화점의 아트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0월 임원 인사에서는 백화점 부문의 전략 조직을 강화해 디지털과 인수합병(M&A) 중심의 미래 사업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NFT 사업을 ‘새 먹거리’로 진진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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