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주사 두산, 대한항공, 한진 등 신용등급 BBB급 기업들이 내년 초 잇따라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신용등급 BBB급은 연기금 등 투자기관이 일반적으로 사들일 수 있는 채권 가운데 최하위 등급이다.
두산과 대한항공은 내년 2월 초 각각 750억원, 54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두산은 모트롤(유압기기)과 산업차량(지게차) 부문, 두산건설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나 신용 BBB급에 머물러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두산은 내년 2월에도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대금 약 2000억원을 납입해야 하는 등 계열사 지원 부담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은 신용등급 BBB+로 두산보다 한 등급 높지만 영업 상황의 불확실성 때문에 ‘부정적’ 전망 꼬리표를 달고 있다.
한진그룹 계열 물류기업인 한진도 다음달 30일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차환 발행을 추진한다. 신용등급은 대한항공과 같은 BBB+급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내년 초 740억원 규모 회사채 차환 발행이 예정돼 있다. 그나마 현대중공업그룹의 후광으로 이달 신용등급이 BBB+에서 A-로 상향돼 한숨 돌렸다.
기업들은 내년 초엔 올해 말보다 비우량 회사채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기금과 공제회 등이 연초에 신규 자금을 편성해 투자에 나서는 데다 자산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이들 회사채를 담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다음달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상장이 예정돼 있어 공모주 배정을 노리는 하이일드펀드가 BBB급 채권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일드펀드는 자산의 45%를 비우량 채권과 코넥스 주식으로 담으면 공모주 물량 중 5%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리테일(소매 창구) 수요도 적지 않다. 증권사 관계자는 “BBB급 채권은 금리가 연 5%를 넘나들 정도로 높아 개인 등 자산관리 고객에게 투자상품으로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저신용 기업이 한꺼번에 시장에 몰리면서 병목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인지도가 낮은 기업은 투자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달에는 한신공영과 AJ네트웍스 등 BBB급 중견기업들도 자금조달에 나선다. 한신공영은 연초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차환 발행을 앞두고 있다. AJ네트웍스는 다음달 21일 35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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