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2개월 남짓한 시간이 흐른 2017년 7월 26일,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발전 단가가 저렴한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면 전기요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비판을 불식시키려는 의도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나섰다. 5일 뒤 김태년 당시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2022년까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4년5개월이 흐른 2021년 12월, 한국전력과 정부는 내년도 전기요금을 두 차례에 나눠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인상률은 4인 가족 기준 총 7.9%(3590원)에 이른다.
한국전력은 내년도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는 이유로 ‘국제 연료가격 상승’과 ‘기후·환경비용 증가’를 꼽았다. 국제 연료가격 관련 비용은 탈원전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며 올랐다. 기후·환경비용은 인상분(2원/㎾h)의 70%에 해당하는 1.4원/㎾h이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의한 것이다. 원전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저효율·고비용인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지나치게 확대한 결과다. ‘탈원전’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사실상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을 올렸다는 자백과 마찬가지다.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4년 전 호언장담이 겸연쩍어서일까. 막상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되자 정부와 한전은 인상률을 낮아 보이도록 하기 위해 ‘꼼수’까지 동원했다.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전기요금이 내년 4월과 10월에 두 차례 인상돼 총 3590원(7.9%) 오르는데, 정부와 한전은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는 1~3월을 반영한 ‘연간 기준 월평균’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국민 부담이 1950원(5.6%)만 오른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 상승폭을 집계하던 이전과는 달라진 집계 방식을 통해 그만큼 상승폭이 작아 보이도록 포장한 것이다.
4인 가구 기준 가구당 월평균 전력 사용량도 낮춰 잡았다. 올해 1월 이후 줄곧 350㎾h였던 가구당 월평균 사용 전력이 이번 발표에서는 304㎾h로 줄었다.
전기요금과 관련된 거짓말이 5년 동안 계속되면서 이제는 별별 꼼수로 포장하지 않고는 덮을 수 없을 정도가 됐다는 점을 방증한다. 어떻게라도 전기요금 인상폭이 낮아 보이도록 머리를 싸고 고민했을 산업부와 한전 실무자들이 딱할 노릇이다. 정작 책임져야 할 산업부 장관, 민주당 정책위 의장, 한전 사장 그 누구 한 명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