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평정한 중국車 "이젠 해외로"…긴장하는 車업계

입력 2021-12-29 17:34   수정 2022-01-06 15:51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자국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BYD, 니오, 샤오펑, 리오토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자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각국에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굴기’가 본격화하면서 현대자동차·기아는 물론 독일, 미국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中 자동차, 자국 시장 절반 장악
29일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중국 완성차 브랜드의 현지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8.8%에서 올 1~11월 45.0%로 크게 뛰었다. 올해 신차 판매량 전망치가 2610만 대인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두 대 중 한 대가 중국 브랜드인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23.6%→21.4%) 독일(24.0%→20.3%) 한국(3.5%→2.4%) 브랜드의 점유율은 하락했다.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2014년 9%대에서 최근 2%대로 내려앉았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 27일 내년부터 외국계 자본이 승용차 법인 지분을 100%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앤 것도 중국 자동차업계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자동차 판매량에서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중국은 1994년 자동차산업을 개방하면서 외국 기업 지분율을 50%로 제한했다. 내연기관 기술력이 부족한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국 완성차의 경쟁력이 급성장한 데다 전기차로 ‘게임의 규칙’이 바뀌면서 더 이상 외국 자본 진입을 막을 필요가 없어졌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점유율 향상으로 판매 실적이 둔화된 메르세데스벤츠, 르노 등은 중국 합작법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벤츠는 BYD와 50%씩 투자한 합작사 덴자의 지분 40%를 BYD에 양도한다고 24일 발표했다. 지난해 중국 승용차 사업을 접은 르노는 채무불이행을 겪는 현지 상용차 법인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중국 밖으로” 수출 본격화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의 자동차 굴기는 BYD, 니오, 샤오펑, 리오토 등 ‘4총사’가 주도하고 있다. BYD를 제외한 3개사의 전기차 판매량만 해도 지난해 약 10만 대에서 올 1~11월 27만 대를 넘어섰다. 이들 브랜드는 독일 브랜드의 텃밭인 유럽 시장에도 올해 3분기부터 전기차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중국 전기차는 한국 시장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 중국 전기버스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1~3분기 대(對)중국 전기차 무역적자는 1800만달러(약 213억원)에 달했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프랑스 르노와 함께 친환경차 제조를 위한 합작사를 설립해 한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한국의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에 따라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은 올 1~10월 159만 대로 지난해 실적(99만 대)을 크게 웃돌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생산 규모는 연 5000만 대로 내수 시장의 두 배에 달한다.

이 차량들이 해외로 쏟아지면 동남아시아,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현대차·기아, 도요타 등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배터리 점유율도 급상승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산업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1~11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CATL의 점유율은 지난해 24.1%에서 31.8%로 급성장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22.9%→20.5%) 삼성SDI(6.0%→4.5%) 점유율은 하락했다. SK온은 5.8%로 0.2%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자국 전기차산업 육성을 위해 중국이 배터리 원재료 수출을 통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희토류 채굴업체 3곳, 연구소 2곳을 합병한 ‘중국희토그룹’을 출범시켰다. 중국이 세계 희토류 공급의 8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관련 기업의 덩치를 키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형규/김일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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