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 한경미디어그룹과의 인터뷰에서 장기 투자를 특히 강조했다. 증시가 일시적으로 흔들리더라도 장기 성장 가능성을 믿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고공행진하고 있는 미 물가는 다시 3~4%대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투자자에게 투자 메모를 자주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행동에 나서야 할 지침 같은 건 아닙니다. 큰 개념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겁니다. 다들 팬데믹 이후 여행과 외출을 못하고 휴가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지요. 큰 이벤트가 없었습니다. 투자 세계도 지난 1년6개월 동안 마찬가지였습니다. 탄탄한 경제와 강세장, 인플레이션 우려는 팬데믹 이전에도 있었죠.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중대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런 걸 투자 메모에 담고 있습니다.”
▷큰 개념의 변화를 예로 들어주십시오.
“역사적으로 두 종류의 투자가 있습니다. 가치투자와 성장투자입니다. 가치투자는 현재, 성장투자는 미래에 집중합니다. 이제는 가치투자자들도 변화 가능성을 더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의 변화입니다. 마음에 드는 회사가 경쟁 우위를 갖췄고 상품 역시 좋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판단해선 안 됩니다.”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가 많이 있었습니까.
“1960년대 ‘니프티피프티’(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우량주) 기업 중에는 제록스 IBM 휴렛팩커드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이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이 첨단 기술력을 갖춘 새로운 기업에 흥분했지요.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결국엔 많은 기업이 곤경에 처했고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10년 후 세상은 지금과 매우 다를 겁니다. 변화를 예측하고 경쟁 업체 동향을 주시해야 합니다.”
▷투자 철학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가치투자 철학 그대로입니다. 공격적일 때가 있고 방어적일 때가 있다는 게 다릅니다. 평소보다 얼마나 공격적인가 혹은 방어적인가를 따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떤지를 묻는다면 ‘중간 정도’라고 말하겠습니다.”
▷중간 입장이란 게 어떤 의미입니까.
“중간쯤에서 공격과 방어적 태도를 균형 있게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작년 3월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는 매우 공격적이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 덕분에 시장이 공포에 빠졌을 때 여유있게 공격적 투자에 나설 수 있었지요. 사람들이 공포에 물들었을 때 공격적으로 매수하는 방법, 이것이 최고의 투자 공식입니다. 이후 미 중앙은행(Fed)과 재무부가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고 공포가 사라졌습니다. 공격적이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증시가 너무 많이 뛰기도 했고요. 그렇다고 방어적으로 바꿀 만큼 우려스러운 상황도 아닙니다.”
▷미 경제를 이끌어온 기술주들이 고평가돼 있다는 논란이 있는데요.
“지난 7월 ‘거시경제에 대해(Thinking about Macro)’란 투자 메모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애플 아마존 등의 주가가 높긴 하지만 비이성적으로 비싼 건 아니라고 적었습니다. 기술주 주가가 상승한 건 금리 때문입니다. 자산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금리가 너무 낮았던 것이죠. 지금도 역대 최저치입니다. 자산 가격 역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겠죠. 당연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자산 가격이 떨어지겠죠. 현재의 주가는 지금의 금리 수준에 합당하다는 겁니다. 금리가 뛰면 주가는 하락하는 게 합리적인 예상입니다. 모든 자산의 가격이 그렇게 움직인다는 건 아닙니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지 붕괴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적당한 하락을 예상합니다. 하락 정도가 미미해 시장을 빠져나오는 게 별 의미가 없을 겁니다. 그게 핵심입니다. 언제 하락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락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시장에 계속 머물러야 합니다. 장기 투자자로서의 혜택을 누리고 약간의 손실도 감수해야겠지요. 능동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끊임없이 결정을 내리고 자주 거래를 해야 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중요한 건 꾸준히 투자하는 겁니다. 복리와 기업 성장이 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미국에선 인플레이션 우려가 매우 큽니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을 2% 정도로 통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미국 물가는 거의 7%에 달합니다. 하지만 다시 3~4%대로 낮아질 겁니다. 계속 떨어져 아예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일각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제기합니다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또 디플레이션은 경기 침체를 초래하지도 못합니다. 경기 침체의 결과가 될 수는 있겠죠.”
▷격변의 시기에 투자자를 위해 조언해 주십시오.
“두 가지 중요한 얘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직접투자자들은 겸손해야 합니다. 자신이 아는 걸 과대평가해선 안 됩니다. 추측만으로 과감한 행동에 나서지 마세요.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두 번째는 투자를 계속하라는 겁니다. 끊임없이 사고팔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투자해놓고 기업 성장을 기다리라는 겁니다. 국가와 기업이 성장하면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꼭 기억하세요.”
■ 하워드 막스 회장은
194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월스트리트에서 쭉 활동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시카고대에서 회계 및 마케팅 경영학석사(MBA)를 땄다. 1969년 시티코프인베스트먼트에서 주식분석 애널리스트로 투자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곳에서 부사장 및 수석포트폴리오매니저를 지냈다. 1985년 TWC그룹으로 옮겨 부실 채권, 고수익 채권 등의 투자를 총괄했다. 1995년 부실채권 전문 사모펀드인 오크트리캐피털을 창업한 뒤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투자 기회와 위험에 대한 논평을 담은 메모를 고객들에게 자주 보낸다. 인덱스펀드 창시자인 존 보글 보글금융시장리서치센터 대표,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등도 막스 회장 메모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기준 순자산은 21억달러였다. 시장이 좋을 때는 관망하다가 환경이 나빠지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시장 역행’ 투자자로 유명하다.
뉴욕=강영연 특파원/신인규 한국경제TV 특파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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