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 치매, 다발성 경화증,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신경질환 분야 최강자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요 품목의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력 제품인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텍피데라’가 대표적이다. 텍피데라는 바이오젠 전체 매출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제품이다. 하지만 작년 6월 특허가 만료되면서 복제약이 쏟아지자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3분기 9억5310만달러였던 텍피데라 매출은 1년 만인 지난 3분기 4억9860만달러로 반토막 났다.
또 다른 주력 제품인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도 부진하다. 3분기 매출은 4억40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했다.
보다 근원적 위기의 원인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올인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오젠은 새 수익원을 만들기 위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 개발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사실상 집중해왔다. 그 덕분에 아두헬름은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츠하이머 치료제로는 18년 만에 신약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근본적 치료가 가능한 첫 치매약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곧바로 효능 논란에 휩싸였다. 임상 3상에서 획기적인 약효를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시장에서도 외면받았다. 지난 3분기 아두헬름 매출은 이 회사가 당초 목표한 매출(1400만달러)의 2% 수준인 30만달러에 그쳤다. 예상 밖의 판매 부진에 바이오젠은 아두헬름 판매 가격을 5만6000달러(1년 복용 기준)에서 2만8200달러로 내렸다.
내홍도 불거졌다. 지난달 R&D를 총괄하던 알프레드 샌드록 대표가 회사를 떠났다. 입사 후 23년 만이다. 업계에선 그가 아두헬름 상업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바이오젠의 신약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 회사는 우울증 치료제 ‘주라놀론’ 외에 7개 후보물질에 대해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이주현/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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