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세영이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 '사극 퀸'의 위엄을 보여줬다.
이세영은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 ‘성덕임’ 역을 맡아 5주 연속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1위를 기록하는 등 작품의 신드롬급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이세영이 분한 성덕임 캐릭터는 주변 상황에 의해 자신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지켜나간다는 면에서 보기 드물게 주체적인 사극 여성 캐릭터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신분제도 아래에서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자유가 없었던 조선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한다면 성덕임의 주체성은 더욱 매력 있게 느껴진다.
이세영은 극 초반 궁 안에서 생각시들과 함께 있을 때는 활기차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잘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과 한복을 안성맞춤으로 소화하며 독보적인 고전미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극 중 생각시가 폄하될 때 "정5품까지 할 수 있는 몸"이라고 외치는 당찬 모습으로 캐릭터에 매력을 더했다.
극 중후반으로 갈수록 '이산' 역의 이준호와 로맨스가 점화되면서 이세영의 절제미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왕의 사랑을 받는 궁녀라는 캐릭터의 특성상 감정을 표출하기보다는 참고 억눌러야 하는 장면이 많은 이세영은 섬세한 눈빛과 표정으로 시청자들에게 덕임의 감정을 전하고 있다.
지난 13회 엔딩이 대표적이다. 이 날 이세영은 다른 여인의 처소로 간 이산을 기다리는 장면으로 엔딩을 장식했다. 이 때 아련한 이세영의 눈빛과 그 위로 흐른 "나는 그저 지존을 모시는 궁녀일 뿐"이라는 나레이션은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여운을 선사했고, "이세영 눈빛이 곧 서사"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안정적인 발성과 정확한 발음 역시 이세영 연기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다. 분노의 키스신으로 온라인을 폭발시켰던 14회 방송에서 두 사람이 입을 맞추기 전 벌인 설전은 그 어느 때 보다 불꽃 튀었다. 이세영은 왕 앞이지만 할 말은 하는 장면에서 표현 방식의 정중함은 지키기 위해 표정이나 동작은 최대한 절제하면서 정확하고 또렷한 발음으로 덕임의 감정을 담았다. 이세영의 탄탄한 발성과 정확한 발음은 캐릭터 내면의 강인함을 더욱 잘 표현해준다.
뿐만 아니라 이세영은 대사가 많지 않은 장면에서도 연기 내공으로 스스로 개연성을 부여한다. 15회 엔딩에서 이산이 진심으로 다시 한 번 고백했지만 여전히 대답을 망설이는 덕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산은 체념한 채 돌아섰고 덕임은 머뭇거리다가 산의 옷자락을 붙잡아 돌려 세웠다. 후궁이 되더라도 왕을 온전히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덕임이 왕의 사랑을 끊임없이 거부하다가 비로소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순간이었다.
이세영은 미세하게 떨리는 손 끝으로 덕임의 감정을 담아냈다. 이세영은 조선시대 궁녀가 왕의 마음을 끝내 뿌리치지 못하고 받아들이며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가 옷자락을 잡아 당기는 것임을 표정과 눈빛, 손짓으로 살려낸 셈이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이세영 손끝마저 연기한다", "이세영 눈빛이 곧 개연성"이라는 반응을 보냈다.
이처럼 이세영은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 클리셰를 깨는 로맨틱 코미디의 유쾌함과 정통 사극의 묵직함을 오가며 자신의 내공을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앞서 tvN '왕이 된 남자'에서 매사에 능동적인 외유내강 직진 중전 '유소운' 역을 맡아 기품 있고 섬세한 연기를 펼친바 있는 이세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유일무이한 궁녀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이세영 사극 = 흥행 불패'라는 공식을 또 한번 증명했다.
한편, 이세영이 궁녀에서 의빈 성씨로 분한 모습이 예고돼 그 동안 보여줬던 수수하고 단정한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MBC '옷소매 붉은 끝동' 16회와 최종회는 새해 첫 날인 1월 1일 밤 9시 30분에 연속 방송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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