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 처장을 대상으로 공수처의 광범위한 통신 조회 논란에 대한 현안 질의를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그의 가족, 야당 국회의원, 언론사 기자, 민간인에 대해서까지 무차별적 불법 사찰을 자행했다”며 “정치 검찰을 없애겠다고 설치한 공수처가 제2의 정치 검찰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헌법재판소 연구관인 김 처장을 장관급으로 앉히니까 야당 후보를 탄압하면서 보은하는 게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일자 등의 정보를 조회했을 뿐 과도한 수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59만7000건, 경찰은 188만7000건의 통신자료를 조회했지만 공수처는 135건에 불과하다”며 “왜 공수처만 가지고 사찰이라고 하느냐”고 했다. 야당의 불법 사찰 주장과 관련해 “사찰은 특정 대상을 지정하고 감시하는 것”이라며 “공수처는 법적 근거로 통신조회를 한 것이지 사찰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과잉 수사 지적에는 “인정한다”며 “되돌아볼 점이 있다”고 답했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공세에 윤 후보의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을 수사하라며 맞불을 놨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후보의 판사 사찰은 왜 수사를 안 하느냐. 당장 소환하라”며 공수처를 압박했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공수처의 부실 수사와 불법 사찰 논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야당만 했다면 충분히 의심받을 만한 일이고 문제를 제기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법사위 간사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SNS에 “수사기관이 무분별하게 개인의 자료에 접근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고 글을 썼다.
청와대는 불법 사찰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가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최근 논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말에 “공수처는 독립기구”라며 “김 처장이 법사위에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