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최북단의 '붉은 유혹'…검은 호랑이가 마중 나왔다

입력 2021-12-30 17:04   수정 2021-12-31 02:01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지난 1년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역병이 일상화되고 깊은 어둠 같은 터널을 끝없이 달려가는 힘겨운 나날이었습니다.
내일이면 2022년 새해가 시작됩니다. 새해는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입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힘차게 떠오르는 새해를 맞기 위해 강원도 고성의 일출 명소를 찾았습니다.
거리두기가 다시 시작된 만큼 유명 해변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황홀한 일출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새해에는 여러분의 일상이 일출처럼 눈부시길 기원합니다.
새로운 일출 명소, 백섬해상전망대
고성 거진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백섬해상전망대는 최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일출 명소다. 백섬은 원래 잔돌이 많아 사람이 들어가기 힘들어서 갈매기들만 휴식하는 곳이었다. 섬은 갈매기 배설물로 하얗게 변해서 ‘백섬’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지난해 10월 거진항 어촌관광 체험마을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해안도로와 백섬을 연결하는 해상 데크를 만들었다. 길이 130m, 폭 2.5m에 푸른 파도 모양의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해상전망대에 오르면 북쪽으로는 해금강과 금구도, 남쪽으로는 거진항과 거진11리 해변이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강화 유리로 된 바닥을 내려다보면 바닷물이 바위들 사이에서 일렁이는 모습이 또렷하게 보인다.

백섬은 일출이나 일몰 때 부처님이 누워 있는 와불과 비슷한 형상이 뚜렷하게 보인다고 해서 불교 신자들에게 영험한 장소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독특한 형태의 암석 해안, 송지호 해안 서낭바위

고성의 화진포와 함께 유명한 석호인 송지호 인근에 독특한 경관을 가진 암석해안이 있다. 강원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 중 하나인 송지호 해안 서낭바위는 화강암과 파도의 침식 작용이 어우러져 독특한 지형 경관을 이룬다. 오래전 그곳에 오호리의 성황당이 있었다고 해서 이 일대를 서낭바위라고 부른다. 서낭바위 사이로 해가 뜨면 바위와 어우러진 풍경이 마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화성의 모습처럼 이채롭다.서낭바위 옆에 우뚝 솟아 있는 버섯 모양의 바위는 부채바위라고 하는데 얼핏 보면 스누피처럼 생겼다. 머리 부분과 기단 부분은 화강암, 잘록한 허리 부분은 규장암이라고 한다.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아야진 해변
요즘 고성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을 꼽으라면 젊은 층에서는 단연 아야진을 1위로 내세울 것이다. 작은 어촌 마을인 고성 아야진은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촬영지로 등장하면서 젊은 층의 발길이 잦아졌다.

원래 아야진의 이름이 구암리(龜巖里)였던 것은 바닷가에 거북이 등처럼 넓고 편평한 바위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마을의 산 모양이 한자 ‘也(야)’자처럼 생겼고 여기에 ‘우리’라는 뜻을 합쳐 아야진(我也津)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백사장 길이가 600m 남짓한 작은 해변이지만 일출 때는 많은 이가 즐겨 찾는 곳이다. 최근에는 제주도의 무지개 해안도로 같은 무지개 포토존도 생겼다.
바람 소리가 일품인 청간정
고성 하면 청간정이 떠오르는 것은 고등학교 때 외우다시피 했던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때문이다. 정철은 관동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여덟 곳 중 하나로 청간정을 꼽았다. 정철이 꼽은 낙산사와 죽서루, 망양정 등이 그러하듯 이곳 청간정은 위치가 일품이다. 좁은 숲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낙락장송 굵직한 소나무들이 호위하듯 양옆에 있고, 그 끝에 아름다운 팔작지붕의 중층 누각인 청간정이 있다. 누각 위에 오르면 사방으로 막힘 없이 트여 있는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바닷바람이 불 때마다 기분 좋은 솔향이 실려 온다.

화려한 단청으로 장식한 누각에 앉으면 눈높이로는 끝없는 바다가 펼쳐지고, 일어나서 누각 아래를 내려다보면 모래벌판에 괭이갈매기 수백 마리가 떼를 지어 날아 오르내리며 꾸룩꾸룩 자연의 소리를 세찬 파도 소리에 얹어 올린다. 청간정에서 바라는 보는 일출 또한 감동적이다. 온 바다가 붉게 물들고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와 검은색 바위가 실루엣으로 어우러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청간정이 보수 공사 중이어서 들어갈 수는 없다.

고성=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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