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률 낮은 오미크론 조만간 우세종…거리두기 대폭 완화될 듯

입력 2021-12-30 17:22   수정 2021-12-31 01:00


정부가 코로나19 발생 3년차를 맞는 내년 방역시스템의 키워드를 ‘오미크론 변이’로 잡았다. 세상에 나온 지 두 달 만에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을 초토화한 걸 감안할 때 조만간 국내에서도 우세종이 될 게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가장 큰 특징은 현 우세종인 델타 변이에 비해 ‘발은 빠르지만(강한 전파력), 펀치는 약하다(낮은 중증화율)’는 것이다. 독감처럼 쉽게 걸리지만 대부분 잠깐 앓다 지나간다는 얘기다.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맞고, 먹는 치료제를 복용하면 그리 위험하지 않은 전염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게임의 룰’이 바뀐 만큼 델타 변이에 맞춰 설계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와 방역패스 제도를 손보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오미크론 방역’ 체제로 전환 시동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업무계획을 30일 발표했다.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감염력은 높지만 치명률이 다소 낮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을 감안해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세부적인 개편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의료계에서는 복지부가 내비친 새로운 거리두기의 핵심 메시지를 ‘완화’로 파악하고 있다. 고강도 거리두기를 계속해봤자 오미크론을 꽁꽁 틀어막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식당과 헬스장에 장시간 체류하면 동행이 아니더라도 무증상 상태에서 전파될 수 있다”(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는 오미크론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고강도 거리두기는 별다른 실효성도 없이 국민의 방역 피로감과 자영업자의 고통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델타에 비해 낮은 오미크론의 중증화율도 거리두기 ‘완화’ 가능성에 힘을 보태는 대목이다. 영국 정부의 생명과학 고문인 존 벨 옥스퍼드대 교수는 “오미크론은 1년 전 우리가 보던 것과 같은 질병이 아니다”며 “중환자실이 꽉 차고 많은 사람이 조기에 숨지는 끔찍한 장면은 이제 과거의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팍스로비드)를 손에 쥘 수 있는 점, 부스터샷 접종률이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는 점, 병상 대기자가 확 줄어든 점 등도 정부가 ‘잠시 멈춤’ 상태인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재개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대안이 다음달 나오는 것도 거리두기 완화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몸에 넣는 전통적인 제조법으로 만든 노바백스 백신을 다음달 사용 승인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방역 구멍’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내년 1월 2일 종료되는 현행 고강도 거리두기 조치는 2주 이상 연장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델타 변이가 우세종인 점, 먹는 치료제가 아직 들어오지 않은 점, 부스터샷 접종률이 33.4%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는 시행 중인 방역패스에 대해선 미접종자 감염이 현저히 줄고, 중증·사망 발생도 감소하면 위험도가 낮은 시설부터 단계적으로 해제하기로 했다.
○‘델타+오미크론’ 동시 유행 가능성도
변수는 있다. 델타에서 오미크론으로 자연스럽게 갈아타지 못하고, 동시에 유행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같이 급증해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가 동시에 유행해 세계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이렇게 델타와 오미크론이 동시에 기승을 부리면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거리두기 완화는 물 건너가게 된다. 아직 국내에선 오미크론이 크게 힘을 쓰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에 상륙한 지 한 달이 됐지만 확진자는 625명뿐이다. 하지만 델타의 2~3배에 달하는 오미크론의 전파력을 감안할 때 1~2개월 안에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델타와 오미크론이 동시에 유행하면 이제 막 자리를 잡은 의료시스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며 “방역당국은 이런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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