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건 사람인데…애꿎은 '멸종위기' 호랑이의 희생

입력 2021-12-30 18:54   수정 2021-12-30 18:55


미국 동물원에서 멸종위기종 호랑이가 사살됐다. 해당 호랑이는 8세의 수컷으로 출입금지구역에 진입한 20대 남성의 팔을 물어 치명상을 입혔다.

30일(현지시간) ABC뉴스는 호랑이에게 물린 사람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은 호랑이가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29일 오후 6시 30분쯤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시동물원 정비 직원이 호랑이에게 붙잡혔다. 울타리 너머 호랑이는 직원 팔을 물고 절대 놔주지 않았다. 출동한 경찰이 울타리를 발로 차며 위협했지만, 호랑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결국 총을 꺼내 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부보안관이 호랑이를 쫓으려 울타리를 계속 발로 찼지만 소용없었다. 발포를 명령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총에 맞은 호랑이가 나뒹굴면서 겨우 팔을 빼낸 직원은 중상을 입고 이송됐다. 현지언론은 해당 직원이 목숨은 건졌지만 치명상을 입어 닥터헬기를 통해 큰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다친 직원은 규정을 어기고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화장실과 기념품점까지가 업무 범위였으나, 울타리를 넘어 무단으로 호랑이 우리에 접근했다. 호랑이를 쓰다듬거나 먹이를 줬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죽은 호랑이는 8살 수컷 말레이호랑이 ‘에코’다. 2019년 12월 시애틀 동물원에서 네이플스 동물원으로 이관됐으며, 지난해 2월 처음 관람객과 만났다. 총에 맞은 호랑이는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동물원 측은 “발포 직후 드론을 날려 호랑이 생사를 확인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동태를 살폈으나 미동도 없었다”라고 밝혔다.

말레이호랑이(학명 Panthera tigris jacksoni)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태국과 미얀마, 베트남, 라오스, 중국 남부에 분포한다. 말레이호랑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 위급종(CR·Critically Endangered)으로 분류돼 있다. IUCN에 따르면 야생에 서식하는 말레이호랑이 성체는 80∼120마리에 불과하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말레이호랑이가 10년 내 야생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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