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의 배송 전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뉴욕증시 상장과 함께 '이커머스 공룡'이 된 쿠팡과 포털 후광 효과를 누리는 네이버,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덩치를 불린 신세계그룹 '3강'의 진검 승부가 펼쳐진다. 통합법인으로 전열을 정비한 GS리테일과 상장을 앞둔 장보기 어플리케이션(앱) 마켓컬리 등도 배송 전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가 관심사는 이커머스 업계 배송 전쟁을 촉발한 쿠팡의 움직임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골자인 '와우 멤버십' 요금을 최근 인상했다. 500만명으로 추산되는 쿠팡의 충성 고객층이 흔들릴지가 관심사다.
쿠팡은 익일배송인 '로켓배송'을 한 달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담은 '와우 멤버십' 요금을 2019년 도입 후 꾸준히 월 2900원으로 유지하다 지난달 4990원으로 인상했다. 유료 멤버십 제도는 통상 이커머스 시장에서 고정 고객을 확보하는 방법 중 하나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내세워 유통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와우 멤버십 회원은 쿠팡 내 무제한 무료 배송·반품과 자정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받아볼 수 있는 '로켓프레시', '로켓직구' 무료배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등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인상된 멤버십 가격은 지난달 30일부터 신규 회원에게 적용된다. 기존 회원은 종전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인상 가능성은 열려있다. 쿠팡 측은 "기존 회원의 경우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추후 안내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와우 멤버십 회원 수를 500만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쿠팡이 지난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쿠팡 활성고객 1480만명 중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32% 수준이었다.
쿠팡은 이번 요금 인상 이유를 따로 밝히진 않았지만, 그간 누적된 적자 축소를 위한 조치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쿠팡은 2019년 와우 멤버십 론칭 후 다양한 투자로 멤버십 혜택을 늘려 현재는 10종의 서비스를 구축했다.
다만 타사 유료 멤버십과 비교해 여전히 매력이 큰 만큼 별다른 판도 변화는 없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현재 이커머스 업계의 대표적 유료 멤버십은 네이버의 쇼핑과 콘텐츠 혜택이 묶인 '네이버 플러스'(월 4900원), 11번가 '우주패스'(월 4900원 시작), 롯데쇼핑의 '롯데오너스'(월 2900원·연회비 2만원) 등이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에 편입된 이베이코리아는 '스마일클럽'(연 3만원)을 운영 중이고, 쓱닷컴이 내년 스타벅스 등 계열사 혜택을 연계한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다양한 상품 구색, '쿠팡플레이' 시청 등 부가 서비스를 고려하면 로켓와우 멤버십은 여전히 가성비 있는 서비스"라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에도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시장점유율(13%)은 업계 3위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신세계그룹, 네이버가 3강으로 꼽힌다.
신세계그룹의 점유율은 기존 온라인쇼핑몰 SSG닷컴(3%)과 지난해 인수한 이베이코리아(12%)를 더해 15% 수준으로 추정된다. 신세계는 특히 이베이코리아의 통합 작업을 마치고 올해 본격 시너지 효과 창출에 나서는 동시에 이마트 소재 온라인 물류 처리 공간 PP센터(픽킹·패킹센터) 확장으로 배송 경쟁력 확충에 돌입한다. 1위는 신세계그룹과 연합 관계인 네이버 쇼핑(17%)이다.
이 같은 3강의 '굳히기' 전술 속 후발주자들 공세도 이어질 예정이다. 기존 유통기업과 장보기 플랫폼, 배달 어플리케이션(앱) 업체들까지 각개전투에 돌입했다.
우선 지난해 GS홈쇼핑과 합병한 통합법인 GS리테일은 온라인(디지털커머스) 전용 물류센터를 15개까지 늘리며 배송 경쟁력을 강화했다. GS리테일은 지난달 경기 김포에 세 번째 온라인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 '프라임센터'를 열었다. 5년 내 12개 이상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추가로 확보해 당일·새벽 배송을 전국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GS리테일은 앞서 2025년까지 온라인 사업인 디지털커머스 사업 규모를 5조8000억원까지 성장시킨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이름을 바꾸며 홈쇼핑 업태에서 확장에 나선 CJ온스타일도 지난달 먹거리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동원디어푸드(더반찬&), 프레시지, 얌테이블 등 5개 기업과 손잡고 밑반찬과 가정간편식 등 약 600종이 대상이다. 서울 전역과 인천, 경기도 인근이 대상이다.
새로운 수장을 맞은 롯데쇼핑의 롯데온, 아마존과 손잡은 11번가 등 대기업 계열 온라인 쇼핑몰의 약진도 예상된다. 쿠팡과 함께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티몬, 위메프 등 온라인 쇼핑몰의 차별화 움직임도 본격화한다.
올해는 새벽배송 업체들의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계획돼 있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과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 오아시스마켓이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컬리는 지난달 250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를 유치해 4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복병으로 꼽히는 곳은 '배달의민족'(배민)을 필두로 한 배달 앱 업계다. 주문 후 30분 안에 제품을 받을 수 있는 '퀵커머스'를 이끌고 있기 때문. 배민이 2019년 출시한 'B마트'에 이어 요기요(요마트), 쿠팡이츠(쿠팡이츠마트) 등으로 분 단위 배송 시대가 열렸다.
김진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익일 배송에서 당일 배송 , 1시간 배송, 30분 배송까지 배송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며 "내년 한국 이커머스 산업 내 경쟁 강도는 햔층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 속 업계는 그야말로 '빅뱅' 상태"라며 "속도전에 서비스전까지 이어지면서 유통기업들은 끊임없이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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