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브랜드 모델을 하고, 수만 명의 팔로워수를 이끄는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년에는 다른 형태, 다른 방식으로 가상 인간 모델 시장이 커지리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가상 인간 모델 시장 포문을 연 건 로지였다. 국내 최초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는 올 한해에만 20억 원에 달하는 광고를 찍으면서 유명 연예인을 능가하는 '광고 퀸'에 등극했다.
신한라이프 광고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로지는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화애락 이너제틱' 모델로도 선정됐다. 또한 'W컨셉'과 '헤라', LF의 '질바이질스튜어트' 등의 모델로도 활약했다. 특히 질바이질스튜어트의 '레니백'은 '로지 픽(Pick) 가방'으로 주목받으면서 '완판'돼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아예 자체 가상 인간 모델을 구축해 만들어 낸 곳도 나타났다. 29세 모델이자 롯데홈쇼핑 디자인 연구원으로 소개된 가상 인간 루시는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엔 롯데홈쇼핑 쇼 호스트로도 나서 사람들과 실시간 소통에 나섰다. 과거 박세리, 송가인 등 당대 최고 인플루언서를 홍보 모델로 선정했지만 올해는 가상인간을 내세운 것으로 루시가 참여한 홍보 영상 조회수는 220만을 돌파했다.
루시는 뿐만 아니라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 이랜드 주얼리 브랜드 OST 등과 협업했으며 10월에는 롯데홈쇼핑의 대표 행사 '광클절'의 공식 홍보모델로 선정됐다.
롯데홈쇼핑은 루시를 구현하기 위해 30억 원을 투자한 실감형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포바이포와 협업해 루시의 입 모양이 발음대로 움직이도록 다양한 시각특수효과(VFX)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크리스마스 특집전을 소개하는 10초 분량의 영상이 나간 후 사람과 유사한 루시의 발음과 표현에 "신선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올해 초 LG전자의 가상인간 김래아는 세계 최대 국제전자전시회 'CES 2021'에서 연사로 나서 유창한 영어로 LG제품을 소개했다. 작곡가이자 DJ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던 김래아는 지난 3월 이후 SNS 활동을 하지 않아 현재는 팔로워가 1만3000여 명으로 줄었다.
이들 외에도 여러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가상 인간 제작 소식을 발표를 준비하고, 몇몇 브랜드에서는 자체적인 홍보 모델로 활동할 가상 인간을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4000억원에서 2025년 14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실제 사람 인플루언서의 13조를 웃도는 규모다.
가상 인간들의 활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예 실제 연예인을 디지털 휴먼으로 제작하는 움직임까지 포착되면서 신년엔 가상 인간 모델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수현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디지털 콘텐츠 전문개발사 이브이알스튜디오와 손잡고 김수현의 디지털 휴먼 사업을 추진한다고 알렸다. 실제 사람과 같이 외형과 표정을 구사할 수 있는 3D로 구현된 가상 인간을 제작해 향후 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 영화 광고 등 여러 가지 산업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하겠다는 것.
특히 김수현 가상 인간 제작 사업은 소속 아티스트를 3D 스캔해 디지털 콘텐츠의 원천 IP로 삼아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상 인간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한 VFX스튜디오 관계자는 "보다 생생하고 실제 사람과 같은 가상 인간들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와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며 "숨을 쉴 때 콧구멍이 움직이고, 솜털 하나까지 느껴지는 완성도 높은 가상 인간이 향후 디지털 휴먼 시장을 선도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관측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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