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렇다 할 학벌도 없고, 영화 관련 수업도 듣지 않은 뭣도 없는 사람이에요. 영화를 너무 좋아하기에 영화를 잘하고 싶었어요. 그 방법은 세상에서 영화를 제일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밥벌이가 끝나고 남은 시간은 모두 모니터 앞에 앉아 있어요.”
‘닮는 여자’는 얼굴이 바뀌고 그때마다 다른 사람인 척 연기하며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부러움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작품은 ‘나로 살지 않을 수 있다면 우린 과연 행복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며 “외모를 제외하면 무엇이 우리가 우리임을 증명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깔끔한 구성과 안정된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황씨는 학생 때 사진을 공부했지만 영화가 가진 매력에 더 이끌렸다. 영화는 표현하고 싶은 것을 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삶에 들어가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타인의 삶을 집중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없잖아요. 그 자체로 저는 경이롭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그의 작품이 늘 어둡고 난해하다고 평가했다.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그래도 그가 영화를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영화 말고는 다른 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영화가 좋았기 때문이다. “포기라는 선택지는 없었어요. 그래서 더 암담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영화와 함께한 시간을 생각하면 영화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받았고, 너무 고맙고, 영화에서 받은 것을 영화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언젠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연출하는 게 꿈이라는 그는 “영화가 영화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 영화가 시작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상을 받았다고 달라진 것 없이 묵묵히 계속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좋아하는 운동선수가 경기에서 승리한 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맞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일일이 나열하기엔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히 이모와 누나, 윤수에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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