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에서는 네 분의 작품을 놓고 토론과 숙고를 거쳤다. 박서령의 ‘재수강’은 서사를 이어가며 감정을 표출하는 데 능숙했다. 그러나 편지 형식의 산문성으로부터 도약하는 힘이 부족했다. 박언주의 ‘도둑 잡기’에서는 생존과 죽음, 세계를 향한 질문들이 돋보였다. 그러나 시적 이미지나 음악성을 가려버리는 설명적 진술들은 아쉬움을 키웠다. 임원묵의 ‘새와 램프’는 끊어질 듯 이어가며 이동하고 합류하는 언어 실험이 새로웠다. 그러나 언어는 평이해 가능성을 측량하기 어려웠다.
만장일치로 박규현의 ‘이것은 이해가 아니다’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읽는 줄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 흡입력에 놀랐다. 이어질 수 없는 문장과 문장들의 연접을 통한 긴장감, 착란적 비약, 예상을 건너뛰는 불연속성에도 다 읽고 나면 이미지가 선연히 발생하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그는 사소한 일상의 가치를 애써 찾아가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나는 겨우 있어요/내일과 같이 여전히’라고 기록하는 시. 간신히 발설하는 이 미세한 약음이야말로 거대 담론이나 외치는 소리보다 시적 울림이 크다는 것을, 시는 ‘침묵하기’와 ‘겨우 말하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인에게 축하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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