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자율주행 레벨 3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양산차를 출시해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를 연다. 레벨 3는 주행 중에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차량이 스스로 앞 차와의 거리, 차로를 유지하는 단계다. 현대차는 차세대 전기차에 이어 ‘완전 자율주행(레벨 4)’ 직전 단계의 자율주행차를 선보이며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1~5단계로 구분된다. 현재 양산차에 적용된 기술은 레벨 2로, ‘부분 자동화’ 단계다. 고속도로에서 차량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거나, 곡선로에서 차로 중앙을 지키며 주행한다. 그러나 운전자는 반드시 핸들을 잡아야 한다.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기술로 불린다. 기존 제네시스 모델 등에 탑재돼 있다.
현대차가 선보일 레벨 3는 한 발 더 나간 ‘조건부 자동화’ 단계다. 차량이 알아서 앞 차와의 거리, 차로를 유지하는 기술이다. 충돌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만 차량 요청에 따라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으면 된다. 현대차는 이 기술을 ‘고속도로 자율주행(HDP)’으로 명명했다.
현대차는 레벨 3 적용을 위해 차량에 라이다(LiDAR)를 적용하기로 했다. ‘자율주행의 눈’으로 불리는 라이다는 레이저로 물체의 형태와 거리를 측정한다. 전파를 활용하는 레이더보다 정확성이 높지만 가격이 비싸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레벨 3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주요 규제를 정비하기로 했다. 관련 규칙을 개정해 정비업체를 찾지 않고도 자율주행 관련 전자·제어장치 등 소프트웨어(SW)를 무선 업데이트(OTA)하는 것을 허용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엔 비상시에도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 4 자율주행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 서울 도심 내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에서 무인택시 ‘로보라이드’를 통해서다.
현대차가 레벨 3 자율주행차를 출시하면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와 경쟁하게 된다. 테슬라는 현재 가장 앞선 수준의 레벨 2 자율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을 제공하고 있다. OTA를 통해 공격적으로 성능을 개선하는 것도 강점이다. 테슬라는 현대차와 달리 레이더, 라이다 대신 카메라로만 자율주행을 구현한다는 전략이어서 ‘기술 표준’ 경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전기차 1위 BYD는 최근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멘타와 합작회사 ‘디파이즈싱’을 설립했다. 미국 인텔의 자율주행 사업부 모빌아이는 전 세계로 로보택시 시범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레벨 4 자율주행차 상용화 목표는 우리보다 빠르다. 혼다는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자율주행 택시를 개발해 2025년 레벨 4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나서기로 했다. 도요타는 전기차 ‘e-팔레트’로 레벨 4 자율주행을 실현할 계획이다.
올해 자동차 내수 판매는 작년보다 0.3% 늘어난 174만 대에 달할 것으로 자동차산업협회는 전망했다. 수출은 218만 대로, 6.3% 증가할 전망이다.
김일규/이지훈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