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명곤(왼쪽)과 양재무 이마에스트리 단장(오른쪽)이 우리 가곡의 대중화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은 1월 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22 굿모닝 가곡’에서 한국 대표 가곡을 한데 모아 들려준다. 김명곤은 공연을 기획한 데 이어 무대에선 무성영화 해설자인 변사를 연기한다. 양 단장은 가곡을 합창곡으로 편곡해 지휘한다. 언뜻 봐선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이유가 뭘까. 예술의전당에서 이들을 만났다.“제가 학창시절 흔히 접한 우리 가곡이 대중과 멀어지는 게 보였습니다. 최근 젊은 성악가가 가곡 ‘보리밭’의 악보를 낯설어하는 걸 보고 놀랐죠. 제 또래라면 가사를 외울 정도로 불렀던 노래였는데요.”(김명곤)
“유럽 투어를 할 때마다 우리 가곡이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는 걸 느껴요. 예술성은 프랑스의 샹송, 이탈리아의 칸초네, 독일의 리트와 맞먹죠. 수준 높은 우리 가곡이 잊히고 묻히지 않도록 만사 제쳐 놓고 공연을 준비했습니다.”(양재무)
둘이 준비한 공연은 예술의전당이 2020년 8월부터 전개해온 ‘가곡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021년 10월 국내 대표 성악가들을 초청해 ‘굿모닝 가곡’을 처음 열었다. 당시 김명곤은 “~했던 것이었다”는 변사 특유의 말투를 쓰면서 공연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 호평받았다. 양 단장이 이끄는 남성중창단 이마에스트리가 지난달 열린 굿모닝 가곡 앙코르 공연에 합류해 프로그램이 한층 풍성해졌다.
두 사람은 이번 신년음악회에서 한국 대표 가곡 26곡을 선보인다. 최초의 가곡으로 꼽히는 홍난파의 ‘봉선화’를 비롯해 김동진의 ‘가고파’, 윤용하의 ‘보리밭’, 장일남의 ‘비목’ 등 귀에 익은 가곡을 들려준다. 신년음악회인 만큼 한태수의 ‘아름다운 나라’, 송창식의 ‘내 나라 내 겨레’, 변훈의 ‘명태’ 등 희망찬 분위기의 노래도 프로그램에 추가했다. 소프라노 박미자·김순영, 테너 김재형, 바리톤 고성현 등 정상급 성악가와 이마에스트리가 합창한다. 반주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는다.
이들은 가곡이 다시 전성기를 맞으려면 다른 장르를 흡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곡은 동시대인의 마음을 달래는 노래입니다. 클래식이라고 규정할 이유가 없어요. 조용필, 김광석, 송창식의 노래도 과감하게 우리 가곡으로 편입시켜야 합니다.”(김명곤) “대중이 흥얼거리는 노래만이 생존할 수 있습니다. 주 선율만 남겨 놓고 BTS의 노래처럼 편곡해서라도 명맥을 이어가야죠.”(양재무)양 단장은 우리 가곡이 문화의 기초 체력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베토벤도 작곡하기 전에 독일 민요와 가곡 등 민초들이 부르는 선율을 익히고 교향곡으로 발전시켰고, 브람스도 마찬가지였다”며 “가곡은 국가의 예술 수준을 높여주는 기초과학인 셈”이라고 역설했다.
시대를 반영하는 노래인 만큼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뮤지컬처럼 장(章)을 나누고, 음악회에 연기와 해설을 곁들인 이유다. 무대 뒤편에는 가곡과 관련한 영상을 띄워 시각적인 연출 효과를 추가했다. 김명곤은 “이번 음악회에선 옷을 10여 벌이나 갈아입으며 변사 연기를 펼친다”며 “한 편의 모노드라마(1인극)를 감상하듯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