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굴지의 방산 회사 록히드마틴의 경쟁사는 구글이 될 겁니다.”
국방 분야는 인공지능(AI) 접목이 까다로운 분야다. 작은 실수도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기술 결함이 한 치도 허용될 수 없는 이유다. 판단 근거가 완벽하게 소명돼야 하는 만큼 개발자의 부담도 크다. 이승영 LIG넥스원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는 그럼에도 국방 분야 ‘AI 대전환’을 피할 수 없는 과제로 꼽는다. 그는 “군사와 기술이 합쳐진 ‘밀리테크 4.0’ 시대에 들어서면서 민간과 방산 업체 AI 기술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며 “관계 기관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AI 기반 무기체계 개발 최전선에 서겠다”고 말했다.
LIG넥스원이 개발 중인 국방 분야 AI 기술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 전장 데이터를 취합해 지휘관의 상황 판단을 돕는 지능형 지휘체계 시스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적군의 전파 탐지를 교란시키는 자율형 전자전 시스템 등 대다수 AI 기술이 실용성에 무게를 둔 게 공통점이다. 중력의 일곱 배 속도로 기동하는 전투기는 수집한 영상의 화질이 좋지 않은데, 이를 보정하는 AI 기술이 있을 정도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과 공동 개발한 AI 기반 국방 네트워크 위협 탐지 기술, 자체 개발 중인 무기 고장 예측 AI 등도 전장의 형세를 바꿀 프로젝트로 뽑힌다.
현실을 그대로 복제한 가상 공간인 ‘디지털 트윈’과 AI 기술을 결합시키기도 했다. ‘AI 레이더’가 대표적이다. 레이더는 전자파를 보내고 반사파를 받아 표적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현대전에선 소형 드론 등 레이더 타깃이 복잡해졌다. LIG넥스원은 가상 공간에서 표적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식별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두 기술의 결합은 SW 성능 평가에도 쓰인다. 전체 오류의 30% 상당을 스스로 분류할 수 있어 업무를 절감시켰다는 설명이다.
개발 목표 시한은 2025년. 조종사가 탑승한 유인기와 AI가 조종하는 무인기가 한 팀인 ‘유·무인 복합운용체계(MUM-T)’, AI가 집단 교전 임무를 수행하는 ‘군집 무인수상정’ 등에서 쌓은 AI 고도화 노하우도 이 프로젝트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 CTO는 “우선 어떤 무기에도 응용할 수 있는 통합형 AI 플랫폼을 선제 구축하고 토종 AI 반도체 스타트업들과 협력해 부착형 하드웨어(HW)를 경량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첨단 기술이 총동원되는 국방 AI 전쟁터에서 그가 강조하는 승리 전략은 ‘연합’이다. 기존 국방과학연구소·국방기술진흥연구소 등을 포함해 LIG넥스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기아·대우조선해양 등 민간 기업, KAIST·고려대 등 학계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무인화 키트엔 기술 스타트업을 주역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그는 “무기체계 무인화 지름길은 민간 업체와의 빠른 연계와 최적화에 있다”며 “미래 국방 AI의 성패도 여기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 이승영 CTO는
△ 1976년생
△ 인하대 전자공학 학사·컴퓨터공학 석사
△ 고려대 블록체인 전략 전문경영자과정 수료
△ LIG넥스원 유도무기연구소 팀장
△ LIG넥스원 소프트웨어(SW) 기획팀장
△ LIG넥스원 지능형SW 연구소장
△ (현)한국정보과학회 국방SW연구회 프로그램위원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