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마이크로바이옴 '임상 3상'…뒤늦게 추격나선 K바이오

입력 2022-01-02 18:02   수정 2022-01-03 01:06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은 2001년 사이언스에 처음 소개됐다. 당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조슈아 레더버그 컬럼비아대 교수와 알렉사 매크레이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전에 없던 새로운 과학의 영역을 “오랫동안 우리 몸을 공유하며 살아왔고, 건강과 질병의 원인임에도 거의 간과해온 것에 대한 연구”라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뜻한다.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의 95%는 장(腸)에 존재한다. 장에서 대사산물이 혈관을 타고 퍼져 온몸에 영향을 주게 된다. 장내 유익균이 줄고 병원성 유해균은 많아지는 등 미생물 사이 균형이 깨지면 여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균형을 되찾게 도와줌으로써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기본 원리다. 미생물 구성 조작을 통해 항암제 등 다른 약의 효과를 끌어올리는 병용 치료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장욱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분자생물학 발달로 장내 미생물과 사람 간 상호작용이 규명되면서 의약품 개발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유전체 분석 기술의 비약적 발전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활성화한 원동력이 됐다. 과거에는 30억 쌍의 인간 유전자를 분석하려면 15년 동안 30억달러가 들었다. 요새는 1000달러로 하루 만에 분석이 가능해졌고 비용은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특허는 2006년 262개에서 2016년 2만1000개로 폭증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가장 가까이 간 업체로는 미국의 세레즈테라퓨틱스가 꼽힌다.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진 환자에게 나타나는 유해균인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을 억제하는 약을 개발 중이다. 현재 임상 3상 단계다. 스위스 제약사 페링이 인수한 리바이오틱스도 같은 치료제의 임상 3상을 최근 마쳤다.

국내 기업들도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해외 투자로 추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이 983억원에 천랩(현 CJ바이오사이언스) 지분 44%를, 유한양행이 400억원에 메디오젠 지분 30%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놈앤컴퍼니는 작년 9월 미국 리스트랩스를 2700만달러에 사들인 데 이어 인디애나주에 6만㎡ 규모의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 후보물질 2종을 1253억원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중국 제약사 신이와 맺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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