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월간 소식지인 '한은소식 2021년 12월호'에 올라온 기고문 "자본주의가 낳은 기본소득제, 자본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치적이거나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한은인 만큼 여야가 공약한 기본소득제를 거론하면서 조심스럽게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한은은 "20세기 경제학자인 하이에크는 그의 저서에서 명시적으로 기본소득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취지의 제도를 기술하고 있다"며 "그는 모든 사람에 대한 절대적 경제안정을 보장하는 것(보편적 기본소득제)에 대한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본소득제가 상당한 재원을 요구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내놨다. 한은은 "기본소득제의 보편성이 확대될수록 커지는 재원을 조달하는 과정도 직시해야 한다"며 "국가의 개입이 커지고, 기업과 같은 자본계층으로부터의 재원조달 규모도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면 우리 사회가 선택한 자본주의와는 사뭇 다른 세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편적 기본소득제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원을 조달하려면 고소득층으로부터 걷는 세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근로 의욕을 꺾는 등 자본주의의 유인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선빈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와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한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등도 지난해 초 발간한 ‘기본소득 도입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비슷한 지적을 했다. 이들은 만 25세 이상 국민에게 연간 36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려면 연간 145조원이 필요하다고 산출했다.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소득세를 더 걷으면 1인당 근로소득세율이 24.4%로 2019년(6.8%)보다 17.6%포인트 올라간다고 봤다.
기고문을 작성한 방홍기 한은 협력총괄팀장은 "우리의 선택이 사회의 유인에 적잖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이를 합의로 이끌 정치력이 긴요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보편적 기본소득보다는 일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이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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