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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새해 발표된 1~2일 주요 중앙 언론사 7곳(KBS·MBC·SBS·CBS·조선일보·한국일보·세계일보)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모두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곳에선 오차범위 이상 열세였고, 2곳에서는 1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특별한 반등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 윤 후보의 대선 출마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지지율을 끌어올릴 선거전략이나 위기의식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①미숙한 ‘타겟 설정’: 늘어나는 2030·중도의 비토정서
선거 승리를 위해선 ‘스윙보터’인 2030세대·중도·수도권 표심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데, 이들에 대한 전략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선거 결과를 결정할 최대 전장터로 2030세대가 꼽히는 데도, 윤석열 선대위가 이들이 민감해할 현안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준석 대표와의 ‘내분’과 더불어 이러한 ‘미숙한’ 전략이 오히려 ‘비토(반대)’ 정서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리서치뷰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20대에게 이유를 물어본 결과 절반에 가까운 45%는 ‘윤석열 후보가 싫어서’라고 대답했다.
전날인 1일 윤 후보의 서면 인터뷰가 한 게임전문 매체에 공개됐다. 여기에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와 관련 아이템 확률은 기업 비밀이어서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이 담겼다. 즉각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2030세대 대다수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2030세대를 주요 독자로 하는 매체에서 이들과 적대되는 방향의 메시지를 담은 인터뷰가 나간셈이다. 현안 파악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 한 사례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이 서면 인터뷰 내용이 윤 후보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태경 의원은 “이런 큰 문제를 당내 게임 전문 의원과 협의도 하지 않고 심지어 후보 본인도 모른채 후보 이름으로 내는 선대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의 영입도 2030세대가 돌아선 대표적인 사례다. ‘반발하는 2030세대 남성을 떠나게했지만, 반대로 2030 여성의 표는 거의 흡수하지 못했다’는게 당내 의원들의 공통된 평이다. 한 초선 의원은 “‘겨우 젠더이슈 정도로 표심이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란 2030세대를 전혀 모르는 안일한 인식을 보여준셈”이라고 지적했다.
중도를 사로잡을 뚜렷한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도확장을 외치고 있지만, 그걸 뒷받침할 메시지나 정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보수 후보로서 진영을 뛰어넘는 윤 후보만의 메시지나 정책을 보여줘야 하는데, 단순히 ‘반문(반문재인)’만을 강조하며 강성 보수후보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중도 지지자가 왜 이재명 말고 윤석열을 찍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②안보이는 단점 보완 전략
약점으로 꼽히는 ‘부족한 정책능력과 경험’ 등을 보완하는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25일 한 주식·증권 전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1시간 30분 가량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내에선 대부분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평생 주식투자를 했고, 정책적인 준비가 충분했던 이 후보를 부각시켜주는 결과였다는 평가다. ‘어디에서 뭘 해야’ 윤 후보가 부각되는지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주요 정책 발표도 충분한 준비와 전략없이 이뤄지고 있다. 윤 후보가 준비된 원고를 읽기만 할뿐, 쟁점이 될만한 질의 응답·발언 등이 전문가나 전문가 출신 의원들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이러다보니 중요한 공약 등이 전달과정에서 힘이 실리지 못하고, 또 ‘윤 후보는 정책적으로 부족하다’는 기존 프레임만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준비가 부족했더라도 ‘능력 있어보이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점이 잘되지 않고 있다”며 “이렇다보니 당보다 후보의 능력에 집중하는 20·30세대나 중도의 비호감도도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윤 후보의 강점으로 꼽히는 '법치·공정 이미지' '형님 리더십'등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인 김건희씨 문제에 대한 뒤늦은 대응, 당내 내분에 대한 소극적 대처 등이 과거 검찰총장 시절 쌓았던 이러한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의미다.
③'중구난방' 메시지
선대위내 너무 많은 ‘사공’들로 인해 ‘중구난방’으로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지지율 하락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윤 후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29일 대구·경북 지방 일정으로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공사현장을 찾아 탈원전 재검토 등을 포함한 에너지 공약을 발표했다. 그런데, 윤 후보가 원전 현장을 찾는 와중 선대위는 경북 지역 활성화 공약을 발표했다. 각자 주목받아야 했던 두 메시지가 섞인셈이다. 30일에는 대구의 로봇 공장을 찾아 첨단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같은날인 오후 경북 칠곡의 다부동 전투 전적비를 찾아 한국전쟁 용사들을 참배했다. 또 저녁에는 아마존을 통해 수출되는 ‘K-호미’ 장인을 만나기도 했다. 보통 국민들에게 뚜렷한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일정을 짜는 것과 달리, 의미를 읽기 힘든 ‘투어식’ 일정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23일 호남 일정에서는 서울에서 이미 같은날 오전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이 발표한 공시지가·재산세 관련 부동산 공약을, 윤 후보가 여수광양항만공사 순방중 그대로 다시 발표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왜 원 본부장이 발표하나’라는 내부 지적이 나오자 즉흥적으로 호남 일정중인 윤 후보가 공약을 읽게된 것이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선대위내 각자 팀들이 따로 노는 경향이 있다“며 “많은 목소리들이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리가 되야 하는데 그게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그립’을 쥐고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④위기의식 부재
‘데드크로스(지지율 역전)’ 조짐이 보인건 이미 2주전이다. 위기를 느껴야 하는상황이었지만, 선대위 관계자 대부분이 ‘정권교체 여론이 이렇게 높은데, 그래도 결국은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당내 비판이 나온다. 이렇다보니 선대위의 특별한 변화도 감지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 중진의원은 “이 정도 위기라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이 진짜든 아니든 상징적으로라도 관련 논란이 있는 인물들이 후방으로 퇴진하는 등 선대위 전면 개편이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율 열세 상황에서 선대위를 전면 개편하고, 후보 태도도 180도 바뀌는 등 기민한 대응을 보인 이재명 후보와 비교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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