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 기자]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생로랑(SAINT LAURENT) 2022 봄여름 맨즈 웨어 컬렉션에 한국 남자 모델 최초로 최현준이 데뷔했다. 패션 씬의 새로운 세대, 새로운 얼굴로 등극한 그에게 자연스레 매스컴의 관심은 쏟아졌고 최현준은 현실과 이상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꿈을 앞둔 절실함, 강박증으로 버틴 어린 시절. 그가 모델로서 나아갈 때까지의 어두운 나날은 그 앞에 동반했지만 결코 어둠으로써 세상을 정의하진 못했다고. 그저 무채색일 것만 같던 최현준의 시작점에는 작은 흔적과 흔적이 모여 밤을 채웠고 모델로서의 열망, 그 심야 속 온기를 통해 오늘을 그려냈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가 말했던 ‘자유와 부자유’에 대한 추상을 화보 촬영으로써 재해석한 그. 인터뷰에 돌입하고 롤모델을 묻자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를 꼽았다. 전위적이고 상징적인 모습을 동경한다고.
이후 생로랑 컬렉션 현장 분위기를 묻자 “쇼에 몸담기 전만 해도 모델들과 어떻게 잘 소통하고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컸지만 서구권 친구들이 다정하게 말을 많이 걸어줬다”라고 답했다. 한국 모델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에 대해 최현준은 “내면적으로 굉장히 여유가 있다”라며 본받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라이브 쇼와 컬렉션 필름을 모두 제작한 생로랑. 그것을 위해 리허설 또한 훨씬 철두철미하게 진행됐다고, “더욱 완벽한 결과물을 원했기 때문에 3일 동안 리허설만 쭉 진행했다”라며 “안 그래도 무더운 날씨에 착용하는 쇼피스 중 두꺼운 아이템들이 많아 힘들었다”라고 답했다.
현지 에이전시를 구하기 위해 유럽에서 직접 발로 뛴 그. 최현준은 자신의 무기에 대해 ‘순진무구한 마인드 셋(Mindset)’을 꼽았다. 처음인 만큼 당돌하고 용감했다고.
이후 카이스트를 휴학 중인 그에게 학업보다는 모델로서의 방향성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묻자 최현준은 그렇다고 답했다. “처음 이 학교에 들어왔을 때는 뭣도 모르고 수학 교수가 되는 게 목표였지만 해가 갈수록 생업으로 연구를 지속할 만큼 이 분야를 사랑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뒤늦게 시작한 모델 일은 신선한 감정 그 자체였다고. “꼭 톱 모델이 아니더라도 어떤 모습으로든 이 업계에 남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패션이라는 분야에 대해 유독 남다른 감정을 갖고 있는 그. 최현준은 “패션을 너무나 선망하고 사랑했기 때문에 모델 일을 시작한 케이스다”라며 “그 애정이 깊은 만큼 꾸준히 배워 가고 싶은 것들도 많다”라고 말했다.
생로랑 컬렉션 진입은 모델 에이전시에 들어간 지 4개월 만에 진행된 결과. 불안감은 없는지 묻자 “물론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라며 “워낙 큰 쇼를 이뤄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기대감과 시선은 무시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이에 덧붙여서 “대인 관계에 있어서도 사람들을 어느 정도 가리게 됐다”라며 “상대방을 처음 만날 때 다소 경계심을 갖는 편”이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한편 최현준에게 모델로서 멋있는 것 무엇일까 묻자 “자신이 누구인지 잘 표현하고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큰 쇼를 이뤄낸 감정에 대한 질문에 “브랜드의 이름만큼 내가 성장했다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모델로서의 좋은 시작점이 됐다고 믿는다”라고 담담히 답했다.
생로랑 런웨이 안에서 무엇을 터득하고 흡수했는지 묻자 ‘모델로서 삶을 즐기는 태도’를 꼽았다. 욕심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이후로 유명해진 그. 방송을 보고 느낀 감정을 묻자 최현준은 “따돌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했던 공부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친구를 못 사귀게 되는 배경이 됐다”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한편 ‘카이스트’, ‘생로랑 컬렉션’이라는 타이틀은 자신에게 전혀 의미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 최현준. 그는 “이런 고정관념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힘든 시간을 겪은 그. 최현준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확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피력했다.
또한 모델로서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로 확신하는 편인지 묻자 “자신감이 들다가도 톱 모델 선배님들과 함께 촬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위축될 때가 있다”라고 답했다.
‘생로랑 컬렉션’, ‘카이스트’가 아닌 본질적인 타이틀이 있을지 묻자 최현준은 “‘무모함’이 아닐까 싶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금의 안정적인 삶을 뒤로하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두려워하지만 나는 새로운 도전에 망설이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두윤종
톱: 프레드 페리
주얼리: 오드콜렛
헤어: cloutii 단비 부원장
메이크업: cloutii 현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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