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맞으셨나요? 그렇다면 라스베이거스에 오신 걸 '대환영(Big welcome)' 합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만난 'CES 2022' 주최 측인 소비자기술협회(CTA) 사무국 관계자 사라 맥닐은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이같이 반겼다. 그는 기자가 한국인임을 확인한 뒤 "한국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세라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라스베이거스까지 와줘 고맙다"며 반겼다.
오는 5일부터 세계 최대 규모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가 열릴 라스베이거스는 대규모 인파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당초 코로나19 변종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으로 CES가 하루 단축되고 구글,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기업들이 연이어 '오프라인 불참'을 선언해 "김 빠진 행사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연말연초 새해맞이 행사 관광객과 곧이어 열릴 CES 방문객 등으로 주요 도로인 '라스베이거스 스트립(Strip)'은 이틀째 거리마다 인파들로 가득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라스베이거스 경찰국에 따르면 오미크론에도 불구하고 올해 새해 맞이 행사를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관광객만 3만명으로 추산됐다.
현재 미국 정부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 미국행 비행기 탑승 24시간 전에 실시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고 있는데 CTA는 이에 더해 CES 2022 행사 참가자 전원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를 의무화했다.
기자도 이날 미디어 등록 장소 중 한 곳인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백신 부스터샷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고 인증 배지를 받았다. 추가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키트도 제공 받았다. CTA 측은 CES 행사장에 입장하기 전 24시간 이내에 이 키트를 통해 코로나19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미디어 등록 현장에 있던 CTA 관계자는 "백신 접종 확인서 없으면 절대 못들어간다. (당신처럼) 멀리서 와도 마찬가지"라며 웃어보였다.
이같이 철저한 방역 조치 아래 진행할 올해 CES 행사는 한국 기업들이 '주인공'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면서 미국 기업(1300여곳)을 제외하면 한국 업체들(502개 기업)이 가장 많이 참여해서다.
특히 카테고리별 독립부스와 스타트업 참가는 주최 측인 CTA의 엄격한 혁신기술 심사 등을 통과해야 참가할 수 있는데 국내 스타트업은 사상 최대치인 292곳이 '승인'을 받았다. 인공지능(AI) 기반 신약플랫폼 기업 팜캐드의 권태형 대표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회에 참가하게 돼 기쁘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세계 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라스베이거스 거리에 자리잡은 호텔 로비 곳곳에는 누구나 무료로 마스크를 가져갈 수 있도록 전용함이 구비돼 있는 것은 물론 시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간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햄버거 가게와 식당·카페 내부, 호텔 카지노에서도 대부분의 현지인들이 마스크 착용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만달레이 베이 호텔 카지노에서 게임을 즐기던 레예스 폰세카 씨는 "호텔 직원들이 입장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유한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생활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라스베이거스 경찰, 호텔 카운터 직원들은 물론 거리 노숙인들도 예상 외로 철저하게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카지노 내 편의점 점원인 멜리사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유약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다"며 "하지만 네바다 주 정부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오미크론 확산이 심해지면서 이제는 그런 인식이 거의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공공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올 1월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일부 미국인들은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미 방역당국을 비판했다. 조지아주 출신의 공화당 소속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과 앤드루 클라이드 의원은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다 각각 8만 달러와 3만 달러가 넘는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노정동/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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