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파종기 앞두고 비료값 급등…'작황 차질' 우려 커진 영국

입력 2022-01-03 18:04   수정 2022-01-08 00:0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올해 식탁 물가가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암모니아 등을 활용해 생산하는 비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서다. 봄철 밀 등의 파종을 앞둔 영국에선 비료 공급난이 농작물 작황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질산암모늄 비료의 현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t당 615파운드(약 100만원)로 급등했다. 1년여 전인 2020년 10월 t당 213파운드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2.9배로 올랐다. 농업컨설팅업체인 앤더슨센터는 질소를 활용해 생산하는 요소·인산염·탄산칼륨 비료 가격도 같은 기간 두 배 넘게 급등했다고 전했다.

이들 비료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암모니아를 활용해 만든다. 가스값이 치솟자 비료 생산에도 제동이 걸렸다. 미국 비료업체 CF인더스트리는 지난해 9월 영국 공장 두 곳의 문을 닫았다. 치솟는 천연가스 가격 탓에 채산성을 맞출 수 없어서다. CF인더스트리는 영국에 질산암모늄 공장을 운영하는 유일한 회사다.

영국 정부는 세금을 투입해 CF인더스트리 영국 공장 한 곳의 운영을 재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계약도 이달이면 끝난다. 나머지 공장은 재가동 시점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봄철 파종 시기를 앞둔 농민들은 작물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매트 컬리 영국 농민조합 회장은 “많은 농민이 비싼 가격의 비료를 미리 구매하는 대신 기다리는 방법을 택했다”며 “봄이 되면 수요가 몰려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했다.

일부 농가에선 친환경 정책에 따라 화학비료 사용 절감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축 먹이로 쓰이는 풀을 기르거나 채소 등을 수확하려면 여전히 화학비료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밀 생산농가의 수익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케임브리지셔에서 농사를 짓는 한 농부는 “비료 가격이 높아져 밀 생산 예상 수익을 예년의 80%로 잡았다”고 말했다. 농업기업 바푸츠의 줄리언 마크 책임자는 “인건비와 비용이 상승해 올해 재배 면적을 10~12% 축소했다”며 “비료 사용량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밀 등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부 농민이 질소비료가 필요 없는 콩 등으로 생산 농작물을 바꾸고 있어서다. 밀 공급이 감소하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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