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아파트 1채 팔면 전남고흥 1500채 산다

입력 2022-01-03 16:49   수정 2022-01-11 15:16

전국 아파트 시장이 역대 최고 수준의 가격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최고가 아파트 한 채 값으로 지방 최저가 아파트 1500채를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된 단지는 전남 고흥군 ‘뉴코아’(전용 23㎡)로 13일 800만원에 3가구(2층 2가구·3층 1가구), 950만원(3층)에 1가구가 팔렸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손바뀜한 아파트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전용 269㎡·2층)으로 지난달 13일 120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전달 거래(117억원)보다 3억원 오르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파르크한남 한 채 값이 뉴코아의 1263~1500채 값에 달하는 셈이다.

뉴코아 외에도 경북 칠곡군 ‘성재’(전용 32㎡)가 지난달 3일 950만원(1층)에, 경북 포항 남구 ‘신형석리’(전용 54㎡)가 같은 달 7일 900만원(5층)에 매매가 이뤄져 1000만원 미만에 거래된 단지로 기록됐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개별 단지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국 가격 상위 20% 아파트는 하위 20% 아파트보다 약 9배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9.5로, 2008년 12월 관련 월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간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다. 주택을 가격 순으로 5등분해 5분위(상위 20%) 평균 가격을 1분위(하위 20%) 평균 가격으로 나눠 계산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양극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최근 매매가 상승폭이 축소되고 하락세가 시작된 지역도 등장했지만 초고가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양극화가 심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KB시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하위 20%의 평균 아파트값(1억2491만원)은 전달보다 84만원 떨어졌지만, 상위 20%의 평균 아파트값(11억8975만원)은 2232만원 올랐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정비사업이 어려워지는 등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며 “한정적인 물량에 수요가 몰리다 보니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시장의 조정이 커질수록 서울 초고가 아파트와 지방 초저가 아파트 간의 가격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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