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지난 2일 ‘월세 이월공제’ 공약을 발표했다. 월세를 내고 있지만 소득이 낮거나 직업이 없어 월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는 주택 임차인을 대상으로 월세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납부 시점 기준 5년 뒤까지 이월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월세 세액공제는 1년 단위로 정산돼 다음해로 이월할 수 없다.
세액공제 대상과 공제율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에 월세를 내고 있는 임차인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만, 이 기준을 5억원으로 높인다는 설명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현재 10~12%인 세액공제율도 15~17%로 5%포인트씩 높일 예정이다. 공약이 실현되면 최대 연 750만원 한도로 월 세액공제액이 75만~90만원에서 112만~127만원까지 오른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이 후보 공약은 세법 개정이 선행돼야 실행될 수 있다”며 “5년 이전까지 소급해 임대료 납부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 공약대로 월세 세액공제 혜택이 대폭 확대되면 청년층의 주거 불안정성이 되레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월세 세액공제 제도는 사실상 정부가 임차인에게 주는 현금성 보조금 성격을 갖는 만큼 혜택이 늘어나면 월세 수요가 증가하고, 부동산시장 전반의 임대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료를 정부가 직접 지원하면 집주인과 세입자는 ‘이만큼 가격을 올려도 정부가 지원해 주니 상관없겠다’는 담합할 유인이 생기고,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 같은 부작용이 숱하게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에선 이 후보의 공약을 전세가 아니라 월세로 살아야 혜택을 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가 2013년 시행한 전세자금 지원 프로그램 역시 임대시장을 왜곡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힌다. 정부는 당시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최대 5억원의 전세자금을 정부 보증을 통해 저금리로 대출해 줬다. 이로 인해 2014년 25조원 수준이던 금융권 전세대출 잔액은 작년 8월 150조원까지 불어나며 갭투자의 디딤돌로 활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후보가 지난 2일 발표한 ‘반값 임대료’ 공약도 상가 임대차 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윤 후보의 반값 임대료 공약은 정부가 보증을 서서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지원한 뒤 이 중 임대료 및 공과금 납부에 사용된 금액의 50%를 정부가 대신 상환해 주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안 교수는 “윤 후보 공약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임대료를 떠받쳐 소상공인이 아니라 건물주를 지원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두 대선 후보가 장기적 재원 마련 방법 없이 선심성 공약만 내놓고 있다”며 “공약이 실현되면 대규모 증세가 이뤄지거나 국가채무비율이 크게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의진/노경목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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