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공장 폐쇄로 재정·고용난에 시달리던 오하이오는 요즘 전기차 생태계의 ‘심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법인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가 오하이오의 부흥을 이끄는 견인차다. 두 회사는 로즈타운에 연면적 25만㎡의 최신형 리튬이온배터리(LIB) 제조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부터 순수 전기차 50만 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은기 얼티엄셀즈 법인장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미 전역에 40개 배터리 제조공장을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이 오랫동안 축적한 배터리 제조 노하우가 기회의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착공해 80%의 공정이 진행 중인 오하이오 제1공장은 한 번 충전에 약 700㎞까지 달릴 수 있는 최신형 LIB를 연간 35GWh 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다. 테네시주에 제2공장 착공도 예정돼 있다. GM은 배터리 제조사와 결합함으로써 내재화에 버금가는 시너지 효과를 거두길 기대하고 있다. 은 법인장은 “미 에너지부(DOE), 국무부 등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대학과 연구기관으로부터 브레인스토밍을 하자는 요청이 수시로 들어온다”며 “어떤 정책을 펴야 한국 등 외국 기업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도록 할지 손에 잡히는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치열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정동 서울대 대학원 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 교수는 “기술주권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강대국조차 따라할 수밖에 없는 ‘알박기 테크놀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제조 기술이 딱 들어맞는 사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GM이 LG에너지솔루션에 손을 내민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은 법인장은 “전고체니 리튬메탈이니 하는 수많은 실험실의 배터리는 거의 모두 미국에서 개발됐다”며 “하지만 대량 생산엔 엄청난 시간과 숙련 노동이 필요하다는 걸 미국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애플이 휴대폰 부품의 모든 기능을 숙지하고 전체적인 설계를 한 뒤 필요한 부품을 발주하듯이 GM 역시 ‘스마트 바이어(똑똑한 구매자)’가 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전기차 시대에 완성차 제조사가 배터리를 내재화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GM과 주정부가 배터리 공장 유치를 통해 얻고자 하는 또 다른 목표는 자동차 부품사들의 생존과 연관돼 있다. 정 부사장은 “2차전지 제조는 기계제어산업의 결집체이자 각종 산업용 설비와 부품을 제어하기 위한 첨단 소프트웨어의 경연장”이라며 “앞으로 배터리 용량이 기가와트(GW)에서 테라와트(TW)급으로 커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GM과 오하이오주는 내연기관용 부품회사들을 얼티엄셀즈 주변으로 불러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 부사장은 “국내 자동차 부품사의 생존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도 배터리 제조 생태계를 좀 더 키우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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