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의 ‘마이너스OK론’ 평균 금리는 신용점수 900점대 차주가 연 19.55%, 800점대 차주는 연 19.3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품은 900점대 신용점수 보유자의 금리가 전 구간 중 가장 높았다. 신용점수 401~500점 차주도 연평균 19.11%의 금리를 무는 것으로 공시됐다. 웰컴저축은행의 ‘웰컴뱅크론’, 페퍼저축은행의 ‘페퍼신용대출’,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살만한직장인대출’ 등에서도 이 같은 금리 역전이 나타났다.
업계에선 신용평가사(CB)에서 제공하는 신용점수가 높은 사람이 반드시 ‘우량 차주’를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찾는 고신용자는 1금융권에서 대출 한도를 이미 채운 다중채무자인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중신용자에 비해 대손 위험성이 높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2금융권으로 넘어오는 ‘고신용 다중채무자’가 많아지면서 발생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용점수는 하나의 참고 지표일 뿐 실제론 다양한 요소를 감안해 대출 심사를 한다”며 “가령 A씨가 이달 회사를 그만뒀다는 점은 금리를 높게 받을 요소지만 신용점수에 바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도 “신용점수가 900점을 넘는 사람이 1금융권 대출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바로 저축은행을 찾아와 ‘의심 거래’라 생각돼 대출을 거절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고신용자의 대출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을 중단했던 카카오뱅크는 올해도 당분간 이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카뱅은 내년 말까지 전체 신용대출 가운데 중신용 대출 비중을 25%까지 올려야 하는데 이를 맞추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기존엔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에게 연 소득의 두 배까지 대출해 주던 은행이 올해부터 연 소득 이내로 한도를 묶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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