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팅엄 교수는 “아시아가 장악한 배터리 제조 능력을 단번에 뛰어넘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며 “5년 동안 전기차 전쟁의 진짜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일 한국경제신문이 ‘글로벌 퓨처테크 현장을 가다’를 주제로 연 신년기획 화상대담·인터뷰에 나와 한국 배터리 권위자인 강기석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와 의견을 나눴다. 휘팅엄 교수는 대담에서 “작년까지는 전기차의 발생기였다면 올해부터 5~10년은 (내연기관에서 배터리로) 자동차 패러다임이 본격적으로 바뀌는 이행기(transition period)”라고 진단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전기차 침투율(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6.7%(추정)에 그쳤지만, 2030년엔 31%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휘팅엄 교수는 미국의 배터리산업 전략에 대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미에 배터리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가 배터리 핵심 동맹국”이라며 “배터리 원재료로 쓰이는 핵심 광물자원과 이를 깨끗하게 가공할 처리시설을 갖춘 캐나다와 공조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휘팅엄 교수는 “한국 등 아시아의 배터리 제조사도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 배터리 제조 노하우를 습득한 전문 인력을 수입하고 미국 근로자를 지속적으로 훈련시킨다는 게 미국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2조7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얼티엄셀즈)을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착공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삼원계 LIB는 한 번 충전에 400~700㎞를 달리는 고급형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로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제조사들의 주력 제품이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LIB 제조 노하우를 축적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30.8%(지난해 11월 누적 기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휘팅엄 교수는 LMB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미국의 민관 협의체 ‘배터리 500 컨소시엄’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미 에너지부(DOE)는 2017년 LIB의 효율(220Wh/㎏)을 두 배 이상(500Wh/㎏)으로 높인 LMB를 개발하기 위해 당대 최고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을 결집시켰다. DOE 등 미 정부는 4개 국립 연구소와 5개 대학(뉴욕주립대, 스탠퍼드대, 텍사스대, 워싱턴대, UC샌디에이고)이 참여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에 올해까지 2억900만달러(약 2480억원)를 지원했다. 휘팅엄 교수는 “내년부터 5년간 7500만달러(약 890억원)를 추가 지원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배터리 패권을 잡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행보는 LIB에 ‘올인’하고 있는 한국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휘팅엄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배터리 원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장기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니켈과 관련해 “당분간 가격이 고공 행진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규모 니켈 광산을 보유한 브라질로 협력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상 인터뷰=박동휘 기자
■ 특별취재팀
이건호 편집국 부국장(취재팀장)
김현석 뉴욕·황정수 실리콘밸리 특파원
박동휘 생활경제부 차장
강경민 산업부, 임현우 금융부, 이지훈 경제부, 박재원 증권부, 구민기 IT과학부, 김리안 국제부, 차준호 마켓인사이트부, 정지은·최한종 지식사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