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빌리티' 현대차 '로봇'…기술융합 미래 연다

입력 2022-01-03 17:13   수정 2022-01-04 02:56


주인공은 TV도, 스마트폰도, 가전제품도 아닌 로봇과 탈 것(모빌리티)이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의 삼성전자 부스는 예년과는 확연히 달랐다. 삼성 로고가 없다면 모빌리티 혹은 로봇 기업 전시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대자동차의 전시장도 통념과 정반대였다. 전시장의 주인공은 신차나 콘셉트카가 아니라 메타버스와 로봇이었다. 가전업체는 모빌리티와 로봇을, 자동차업체는 디지털 세계를 겨냥하는 ‘기술융합의 시대’가 열리면서 업종 간 칸막이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CES 2022’의 개막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 취재진이 마무리 작업 중인 주요 기업의 전시 부스를 찾았다. 분위기와 전시물은 달랐지만 핵심 콘셉트는 같았다. 전시장을 관통하는 주제는 △융합기술 △증강현실(AR) 및 메타버스 △녹색(친환경) 등이었다.

LVCC에 설치 중인 삼성전자 부스 한쪽에는 로봇팔이 갤럭시 폴더블 스마트폰의 케이스를 수시로 다른 색으로 교체했다. 다른 쪽에선 비스포크 가전제품으로 가득 찬 생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반대편엔 친환경을 상징하는 녹색으로 꾸며진 공간이 자리잡았다. 기술융합 시대를 맞아 개별 제품보다 ‘소비자 경험’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게 현장 직원들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이번 전시의 주제가 메타버스와 AR임을 예고하는 영상을 대형 스크린으로 내보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폿을 화성에 보낸 뒤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하면 사람이 화성을 찾은 것과 똑같은 경험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참가 기업 관계자는 “올해 CES의 핵심 테마는 연관이 없어 보이는 기술이 서로 융합해 만드는 시너지”라며 “현실과 메타버스 세계를 연결해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참가 기업들의 공통 목표”라고 말했다.
녹색 물결로 가득찬 SK 로봇·풍력 선보인 현대重
2일(현지시간) ‘CES 2022’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주 전시공간인 센트럴홀의 한가운데엔 삼성전자 부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이 준비돼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모빌리티(이동수단) 관련 전시물의 차지였다. 삼성전자가 가전제품과 휴대폰만 파는 기업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였다. 미완성 전시물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차량 내부의 경험’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자율주행차에 앉아서 AR 기술로 다양한 경험을 즐기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다.

LG전자의 전시 공간도 파격이었다. 회사 상징과 같았던 초대형 디스플레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자리를 메운 것은 친환경 목재로 꾸며진 휴식 공간이다. 바닥은 물론 전시물을 걸어놓을 거치대, 안내판, 의자까지 모두 목재였다. 접착제 없이 나무찌꺼기를 압착해 만든 합판과 페인트나 니스를 칠하지 않은 합판 등 재활용 자재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신제품은 AR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메타버스에 익숙한 소비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오프라인 전시 공간은 ‘친환경’이란 회사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정도의 의미”라고 했다.

SK그룹은 부스 전체를 녹색으로 도배했다. 방을 가득 채운 디스플레이에는 숲을 촬영한 영상이 계속해서 나왔고, 실제 나무를 전시관 내 배치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되고 있었다. SK그룹은 이번 CES 참가 주제를 ‘탄소감축’으로 잡았다. SK텔레콤은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인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을 공개할 계획이다.

소니는 신형 TV와 다양한 가전제품을 전시하기 위한 준비를, TCL도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등을 선보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보쉬는 차량 내부와 외부를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모빌리티 기술을 보여주는 전시물을 내놨다.

모빌리티 및 중공업 기업들은 LVCC 웨스트홀에 자리 잡았다. 지난해 완공된 새 전시공간으로 건설 비용만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가 투입됐다. 연면적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세 배 수준인 13만㎡다. 웨스트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스는 현대자동차와 스텔란티스였다. 제너럴모터스(GM)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이유로 부스를 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더욱 주목받게 됐다.

현대중공업도 웨스트홀에 부스를 만들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이 첫 CES 참가다. 부스는 로봇과 풍력발전기 등 미래 산업 관련 제품으로 채워졌다. 부스 인근에서 일하던 한 작업자는 “웨스트홀을 현대(Hyundai)가 장악했다”며 “이번 CES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모빌리티 기업들의 전시 공간이었던 노스홀은 로봇 및 AI 기업과 헬스케어 기업들이 차지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한컴이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컨벤션센터 지하에는 웨스트홀과 센트럴홀, 사우스홀을 잇는 지하 이동 통로 ‘루프’가 자리 잡고 있었다. 루프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보링컴퍼니가 개발한 지하 교통 시스템이다. 테슬라의 전기차가 지하 통로인 루프를 오가며 관람객을 실어나른다.

라스베이거스=도병욱/이수빈/구민기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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