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4일 13:4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음식료 산업의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이다. 외식에서 내식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음식료 산업의 방향성이 빠르게 바뀌면서 기업별 신용도 역시 요동치고 있다. 다만 내식 수요 증가로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일부 기업의 실적 상승세는 올 들어선 주춤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음식료 산업 내 '케이(K)자형 양극화'가 뚜렷해 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력 제품과 규모에 따라 음식료 기업별로 사업·재무 안정성에 차이가 벌어질 것이란 얘기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비축 수요가 컸던 건과, 라면, 조미료, 식재료 등 소매 판매가 올 들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에 비해 가정간편식(HMR), 건기식, 수제맥주 등 성장성이 유효한 제품은 지속적으로 판매 호조세를 띨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의 특수성이 줄면서 올해 국내 음식료 시장이 정체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게 한국기업평가의 진단이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꼽히고 있는 HMR과 건기식을 중심으로 기업 간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엄정원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유통 기업, 외식 기업, 다른 업종에 속한 기업 등 산업 간 경계 없이 강도 높은 경쟁 국면이 나타날 것"이라며 "식료품의 내수 판매 둔화와 곡물가격 상승, 마케팅 부담 확대로 수익성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판매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 하락 폭을 제어할 것이란 설명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시장 환경에 대한 대응능력에 따라 기업별 실적 양극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비용 효율화 능력과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성과에 따라 수익성 방어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서다. 이와 함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축적된 재무역량에 따라 실적 차별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 기업들은 코로나19 완화 이후 다시 시작될 정체 국면에 대비해 해외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CJ제일제당과 풀무원식품, 삼양식품 등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음식료 기업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긴 했지만 각국의 식문화에 적합한 마케팅과 유통망 확보 여부는 여전히 과제"라며 "환율과 해상 운임료 등 다양한 변수에도 노출돼 있다"고 했다. 최근까지 국제 곡물 가격과 운임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일정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음식료 기업들엔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송동환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일찍 해외로 진출한 음식료 기업은 내수의 저성장세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증설, 인수합병(M&A) 등의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며 "해외 사업 확장이나 사업 다각화의 경우 이미 안정화 단계에 이른 기업은 괜찮지만 일부 기업은 사업 안정화가 지연되고 부진한 실적이 지속되고 있어 중단기적으로 재무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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